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인 식량은 근래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변화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혼동하거나 두 용어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정책 방향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최근 대한한돈협회는 '한돈산업육성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한돈산업육성법'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한돈농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그 근거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에는 축산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부의 식량안보 정책의 큰 축은 기초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 공급망을 넓히는 것입니다. 돼지고기로 한정지어 생각해 보면 정부의 식량안보에는 수입산 돼지고기와 세포배양육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해외공급망 확보는 전 세계의 식량안보 정책입니다. 식량자급률이 10%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수입하면서 2019년 세계식량안보지수 1위에 올랐습니다.
식량안보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며, 식량주권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식량안보는 국가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반면에 식량주권은 국가의 자립성과 경제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식량 생산을 강조합니다.
정부와 함께 써왔던 식량안보 대신 한돈산업은 식량주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써왔던 식량안보 개념의 차이는 정부와 한돈협회의 동상이몽으로 인한 다른 결과를 내올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은 식량안보가 맞지만 국가 식량안보를 위해 한돈을 육성해야 한다는 한돈협회는 식량주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농업농민정책연구소 송원규 박사는 "정부 차원에서 넓게 보자면 수입 다변화와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분에 대한 것도 100% 자급률을 달성하기 전에는 필요한 부분이니까 당연히 식량 안보 차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며 "식량 안보는 수입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에서는 식량 안보보다 더 진전된 개념으로서 식량 주권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 한돈산업 관계자는 "농식품부 정책 안에도 식량주권이라는 용어가 들어간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포인트로 중요한데, 정부의 식량 안보에 대한 접근은 지금 몇 가지 곡물과 사료 작물에 국한되어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세계화된 농식품체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 곡물 수출은 소수의 나라에 집중되어 있고 초국적 농기업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곡물자급률이 20.3%에 불과한 국내 상황을 생각해 보면 식량안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탈세계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은 식량주권이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