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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 이야기(4)] 태연농장 임종춘 대표 "그저 아들에게 미안할 뿐..."

빠른 재입식을 기다리며...태연농장 임종춘 대표와 가족 인터뷰

지난해 9월 17일 국내 첫 ASF 확진 이후, 정부는 멧돼지를 통해 퍼지는 ASF를 막지 못하고 곧 전국으로 장기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멧돼지를 관리하지 못하는 환경부의 무능력과 양돈농가만을 옥죄고 있는 농식품부의 비겁함으로 수십 년 양돈업을 해오던 농가들과 직원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처지입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라는 명분에 재산권을 박탈당하고 삶의 터전에서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그들은 ASF 희생농가들입니다. 재입식 등의 요구가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돼지와사람'은 네 번째 ASF 희생 농가로 김포시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태연농장'의 임종춘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ASF 발생 전 태연농장은 모돈 190두 일괄 농장으로 임종춘 대표 부부와 아들인 임태연 농장장 그리고 네팔 직원 3명이 있었습니다. 김포에 ASF 발생농장은 단 두 곳입니다. 태연농장은 두 번째 발생 농장과 같은 입구를 쓰고 있는 특이한 구조로 바로 붙어있지만, ASF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김포와 강화 지역은 멧돼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8개월 전 ASF 발생 농장이 두 곳 있었으니 오염지역이라며 재입식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임종춘 대표 부부와 아들인 임태연 농장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임종춘 대표에게 ASF 발생 당시 상황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양돈업을 하신지 얼마나 됐나요?

그전부터 조금씩 키우다가 1993년 본격적으로 양돈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지금 39살인데 2013년 축산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농장에서 일하기 시작해서 실제적으로 농장 일을 모두 도맡아 해왔습니다.

 

▶직원들은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나요?

저희는 네팔 직원 3명과 함께 가족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직원 1명은 계약이 만료되어 떠났고, 2명은 인근 소 농장으로 갔는데 워낙 가족같이 지냈던 터라 지금도 오고 싶다고 가끔 전화가 옵니다.

 

▶현재 태연농장의 고정비는 월 어느 정도 나가나요?

농장에만 전기세와 이자를 합쳐 한 달 1,000만 원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저와 아들, 두 집 생활비도 최소 500만원은 들어가서 가지고 있던 조그만 땅을 팔려고 최근 내놨습니다.

 

ASF 발생 후 8개월 동안 어떻게 생활을 했나요? 

쌀 있고 김치 있으니...그리고 카드 돌려서 쓰고 겨우겨우 살고 있습니다. 사료 자금과 경영 자금을 특례 보장으로 넉넉히 주었으면 농장들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문을 보면 농식품부는 경영 자금 등을 내려보냈다고 하는데 막상 은행에 가보면 내려온 것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이래저래 알아보면 또 담보 없으면 안 해줍니다. 

 

 

지난해 당시 ASF 발생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요?

저희 농장은 김포 2차 ASF 발생 농장과 같은 출입구를 쓰고, 농장이 붙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일 저녁 옆 농장에서 '돼지가 죽었는데 수의사에게 문의하니 신고부터 하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가축위생본부에서 채혈하면서 '전형적인 호흡기 같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장이 비대해 지지 않았고 한 돈 방에서만 돼지가 죽고 다른 돈방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날 새벽 3시쯤 축산과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매몰할 자리를 마련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검역본부에서는 발생 농장과 바로 붙어 있으니 당연히 ASF 걸렸을 것으로 생각하고......그런데 50마리를 검사했는데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5일과 6일까지 2,950 두 전체를 농장 땅에 묻었습니다.

 

그 때 당시 살처분에 동원된 용역들이 문제가 많았습니다. 농장에 들어와서 '물건이 없다'면서 농장 물건들을 마구 쓰거나 다 부수고 가고..... 돼지도 밖으로 빼지도 못해 결국 농장 직원들과 같이 돈사 밖으로 빼주었습니다. 용역 직원들 일당이 60~70만 원이라고 하는데..... 우르르 몰려와서는 꽃밭에 가서 사진 찍고나 있고 농장들이 반발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임태연 농장장에게 ASF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임태연 농장장은 사진찍기를 피했습니다. 

 

지역마다 ASF 희생 농가들 상황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포만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평생 김포에서 사신 동네 할머니들도 김포에서 멧돼지는 본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김포·강화지역은 멧돼지가 없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비대위에서 농식품부에 '김포·강화 지역은 멧돼지가 없는데 왜 재입식을 안 해주느냐'라고 물으면 농식품부는 'ASF 발생한 두 농장이 있어 오염지역이다'면서 재입식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올해 재입식이 안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저희 입장에서는 버틸 수 밖에 없습니다. 기준안이 정해지면 농장은 살려야 하니까 가지고 있던 조그만 땅이라도 팔아서 버텨야겠지요.

 

확실하게 재입식 기준을 정해주면 땅 판 돈으로 리모델링하고 방역기준에 맞추려고 합니다. 폐업을 시키지 않고 확실하게 재입식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례보증이라도 해줘서 시설자금을 대출해 주면 양돈농가들이 시설보완을 해서 방역기준에 맞추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포는 2010년 구제역 때도 피해를 보았습니다. ASF 발생 한 현재와 비교를 한다면...

2010년 구제역 발생 때는 사료자금, 경영 자금, 후보돈 입식자금 등 다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와주었습니다. 농장들마다 부채가 있는데 농식품부가 나서서 특례보증을 서 주었기 때문에 농장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부분의 농장들이 담보 여건이 안 되면 사료자금도 받기 힘듭니다.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ASF가 발생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와 비교했을때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고, 우리나라는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자급률이 70%도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으로 앞으로 무역이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각국이 식량 산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나라는 양돈산업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ASF 희생 농가들 상황이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서 개성공단과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정책적 판단에 의해서 개성공단 사업자들을 나가라고 하고 제대로 피해 보상도 해 주지 않고 망하게 하지 않았습니까? 희생 농가들도 정부의 말을 믿고 돼지를 묻었는데 피해 보상도 해 주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태연농장을 함께 운영해 오고 있는 김일순 대표에게 ASF 발생 이후 그간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임종춘 대표의 배우자 입니다. 

 

태연 농장 이곳저곳을 돼지 그림으로 가꾸셨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농장이라는 곳이 자칫 삭막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에 돼지 그림도 그리고 꽃과 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합니다.

 

 

ASF 발생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습니다. 한동안 안방에 못 들어갔습니다. 안방에 있으면 돼지 묻은 언덕이 보입니다.초조감이 생겨서, 저녁에 머리도 아프고 하니 약술로 소주잔 한 잔 먹고 두세 시간 자고 일어나면, 우리 아저씨는 잠을 못 자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자다가도 어쩔 때는 무서운 생각에 서로 살아있나 흔들어 보기도 합니다. 4시나 5시쯤에 기도를 합니다. 불교를 조금 믿었는데 조상님, 하나님 모두에게 기도를 합니다. 재입식시켜 달라고...

 

돼지를 묻을 때 농장에 있었나요?

질병이 터지면 농장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돼지 묻는 것을 보지 말라고 해서 보지는 못했지만, 소리는 들리지요.  커다란 외국 사람들이 농장에 와서, 농장에 꽃이 이쁘니 꽃 속에서 사진 찍고... 우리들 마음은 당사자들이나 알지요.

 

지금부터 입식해도 내년에나 출하가 가능한데... 정부에서 '목숨줄 끊으라고 폐업을 하라고 하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믿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도 재입식만 된다면 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임종춘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임 대표는 "우리 아들이 축산학과 나와서 농장을 이만큼 안정 시키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미안하다"면서 "이렇게 힘든 일을 물려주게 되어서 정말 미안하다"라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20일 오늘은 고교 3학년이 등교 개학한 첫 날입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국무총리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며 "항상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철저한 대책과 신속한 대응을 갖추는게 현실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집단 감염을 우려하여 등교 개학을 미루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등교 개학을 실시하는 이면에는 실제 감염 사례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리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더욱이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 하면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이상 등교 개학을 미룰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의지가 있었습니다. 

 

 

코로나를 ASF 상황에 적용해 보면 ASF 멧돼지의 박멸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ASF 종식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백신이 나올 때까지 재입식과 이동 제한을 무작정 미룰 수는 없습니다. ASF는 접촉 감염됨에도 불구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고 통제하려는 의지도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는 코로나에서는 바이러스를 잡지만, ASF는 농가를 잡고 있습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체성을 뒤흔드는 문제입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퇴보입니다. ASF로 수백 여 양돈농가는 재산권을 박탈당하거나 극단적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을 묵인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집단적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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