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돈육성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대표 A씨는 어느덧 2주째 실질적인 감금 상태입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돼지 이동은 물론 분뇨의 반출입도 금지되었습니다. 매일매일이 커가는 돼지와 넘쳐나는 똥과의 전쟁 중입니다. 이른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역학농장이 된 것입니다. 역학농장 해제까지 앞으로 1주일 가량 남았습니다.
A 대표는 역학농장이 된 이유는 이번 ASF 사태로 어쩔 수 없이 부른 돼지수송차량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차량이 ASF 발생농장이 출하를 한 도축장을 다녀갔다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얼마전 역학농장으로 분류되었다고 통보받았다는 것입니다.
A 대표는 "그 차량은 거점소독시설도 거쳐 왔고 당시 정말 소독이 잘 된 상태였다"며 억울해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한 거점소독시설에서의 소독이라는 절차를 인정 안해 줄거면 소독필증이 무슨 소용이냐?"며 따져 물었습니다. 논리적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거쳤다면 역학농장에서 제외를 해줘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ASF 사태로 인해 전국 지자체에서는 거점소독시설을 늘리고 돼지 관련 축산차량에 대해서는 반드시 거점소독시설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독대상은 차량 내외부 및 운전자 입니다. 소독을 완료하면 소독필증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차량운전자는 방문하는 축산시설 소유자에게 이를 전달해야 합니다. 소유자는 이를 1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정부는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등의 국가재난형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일부 지자체들은 최근에는 '축산종합방역소'라는 이름 등으로 최신식의 상시 거점소독시설을 마련해 이를 확대해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정작 구제역과 이번 ASF 발생 때에는 오히려 무용론이 제기됩니다. 소독 효과나 운용 상의 이슈를 잠시 차치하고, 거점소독시설을 거쳐 세척과 소독을 꼼꼼이 했더라도 정작 이들 차량으로 인해 방문한 농장들은 역학농장으로 100% 분류되어 버리는 일 때문입니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역학농장 선정의 이유인 문제의 차량과 관련 도축장은 불과 하루 이틀사이 버젓이 정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들 차량과 도축장의 소독·방역이 부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 양돈 관계자는 "논리적으로 거점소독시설에서 소독을 하고 소독필증을 받았다면, 역학농장 선정에서 제외를 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정부가 역학농장 선정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거점소독시설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소독이 미더우면 더욱 시설을 보완하고 꼼꼼히 실시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밝힌 ASF 역학농장은 전국에 1,383호에 달합니다. 전국 6천여 농가 가운데 22%에 달합니다. ASF 역학농장은 구제역보다 1주간 더 긴 3주간의 이동중지 명령을 받습니다. 그래서 ASF 역학농장들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A대표는 앞으로도 1주일 이상을 돼지 밀사와 넘치는 분뇨와 씨름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