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산업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돼지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양돈산업이 점차 ICT 도입 등 시설이 현대화되더라도 '돼지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돼지의 행동을 잘 이해해야 올바른 보살핌과 관리가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돼지가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됩니다. 돼지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생산성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는데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돼지 행동에 관한 연재를 통해 돼지를 좀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돼지는 경계 많은 피식자

돼지는 기본적으로 오랜 기간 가축화되었지만, 여전히 포식자(predator)의 '먹잇감(prey animal)', 즉 피식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자연계의 먹이사슬에서 '잡아 먹히는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돼지는 항상 경계하고 조심성이 많습니다. 어떤 새로운 대상이나 환경에 대해 공격적으로 다가가기 보다 회피하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거세하지 않은 수퇘지는 예외입니다. 반대로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돼지는 새로운 장소나 잠재 위협이 될 만한 대상에 대해 돼지가 갖고 있는 시각과 청각, 후각 등을 이용해 조사합니다. 

돼지와 사람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

돼지의 시각은 사람의 시각과 다릅니다. 먼저 사람은 앞으로 향해 있는 두 눈을 갖고 있으며 좌우 두 눈의 협업을 통해 약 120도 전방의 사물을 또렷히 볼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사물의 크기와 거리를 눈으로 짐작해 낼 수 있습니다. 

반면 돼지는 좌우 양옆에 눈이 위치해 있습니다. 사람에 비해 더 넓은 반경(310도)을 볼 수 있어 주변에 다가오는 위협에 항상 경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 사물에 대해 또렷한 정보 - 크기와 거리 등을 얻을 수 있는 범위는 두눈의 시각이 교차하는 50도에 불과합니다. 

돼지의 뒤쪽, 맹점은 돼지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입니다. 사람처럼 고개나 몸을 쉽게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소리에 의존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닥이 바뀌거나 통로에 낯선 물건이 떨어져 있으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걸음 속도를 줄이거나 혹은 아예 걸음을 멈춥니다. 위험한지 아니면 안전한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시간을 들입니다. 

돼지는 대상 사물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탐색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상이 시야 가까이에 들어오면 도망갈지 아니면 다가갈지를 정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급출발, 급정거 등의 갑작스런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돼지를 이동시키는 통로에는 낯선 물건이 놓여 있지 않도록 하며 되도록 2~3마리 이상이 나란히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돼지 1마리가 용감하게 대열 앞에서 무리를 이끌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2~3마리가 함께 나란히 걷도록 하면 서로 간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 이동을 보다 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돼지를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시킬 경우 천천히 진행해야 합니다. 돼지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