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어느 날 한낮 땡볕 아래에서 하루종일 그간 밀린 밭농사 일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온 남편 A씨. 부인 B씨는 남편 A씨를 반갑게 맞이하다가 A씨의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한 모습에 깜짝 놀란다. A씨는 '더위 먹은 것 같다'며 거실에 큰 대자로 드러누워 버린다. 부인 B씨는 남편의 몸이 뜨거운 것을 확인하고 '해열제' 가져와 A씨에게 먹이려고 한다. 이 때 A씨는 B씨를 황당한 얼굴로 쳐다본다. 왜 그럴까?
남편 B씨는 여름철에 흔한 질병인 '열사병' 입니다. 더운 공기와 강한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몸의 체온이 오르고 아울러 어지러움,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열사병에서 고열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몸(뇌) 스스로가 체온 조절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 해열제는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합니다.
해열제는 더위에 의한 열이 아니라 염증에 동반되는 열을 내리는데 사용합니다. 염증은 세균 등에 의한 감염이나 상처 등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때 해열제는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하여 체온을 정상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주는 작용을 합니다. 해열제로는 대표적으로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과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있습니다.
한편 해열제를 더위스트레스에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효과가 없다는 것외에 또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입니다.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은 위벽을 자극하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투여시 출혈성 위궤양의 위험성이 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허용된 용량보다 많이 투여 시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간이 손상을 받으면 돼지의 소화와 성장, 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관련하여 한 양돈 컨설턴트는 '현장에서 무조건적인 해열제 사용은 자칫 돈군의 건강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여름철 돼지가 더위를 잘 이겨내고 정상사료 섭취를 할 수 있도록 돈사내부 환경 개선과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일 무더위 소식입니다. 돼지는 땀샘이 없어 체내에서 발생한 대사열을 바깥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낮고 두꺼운 지방층으로 인해 더위에 취약합니다. 이로 인해 체온이 상승하고 식욕 저하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이 때 돼지에게 필요한 것은 '해열제'가 아니라 '시원한 돈사 환경과 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