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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보다 차별화·고품질에 인생 걸었다'

한국동물유전육종학회, 지난 29일 '유색한돈산업의 현재와 미래발전 방향'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

지난 29일 한국동물유전육종학회(회장 이준헌) 주최로 '유색돼지'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관련 기사). 유색돼지는 우리나라 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YLD, 이른바 '백돼지'가 아닌 색깔있는 돼지를 말합니다. 

 

 

이날 우리나라 토종돼지를 비롯해 버크셔, 토종개량돼지(우리흑돈, 난축맛돈), 두록(듀록), YBD 등의 유색돼지를 사육하고 연구하고 개량하고 유통하는 현장 전문가들이 나와 그간의 노력과 활동, 성과, 과제 등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첫 발표자인 이한보름 대표(송학농장)는 '재래돼지'라는 말부터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재래돼지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잔재이며, 대신 '(한국)토종돼지'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토종돼지가 경제성이나 생산성 모두 낮지만 대체불가한 그리고 사회적 가치가 높은 자산임을 강조했습니다. 송학농장은 국내 유일 민간이 운영하는 순종 토종돼지 사육농장입니다. 

 

 

박화춘 대표(다산육종)은 20년간 개량해오고 있는 '버크셔K'의 육종학적 특징과 육질, 맛을 설명하고, 버크셔 중의 버크셔(pH, 가열감량, 젖꼭지수)로서 버크셔K에 대한 자부심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무한가격경쟁 돈육시장에 종돈(품종)에 있어서의 '차별화(다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쓰이고 있는 '흑돼지'의 예를 들며 차별화에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권할 수 있는 고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흑돈 농장과 육가공센터,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복용 대표(덕유농장)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했습니다. 우리흑돈 사육기반과 브랜딩, 소비유통을 점차 확대해가는 과정을 그림그리기에 빗대어 소개했습니다. 이베리코로 상징되는 스페인으로 우리흑돈을 수출하는 원대한 꿈도 밝혔습니다. 우리흑돈은 국립축산과학원이 복원한 재래돼지와 개량종인 듀록종을 교배해 개발한 한국형 흑돼지입니다. 

 

 

난축맛돈 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변영준 이사(제주드림포크)는 '종자주권'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관련 기사). 난축맛돈은 제주재래돼지와 랜드레이스를 활용해 만든 흑돼지인데 이 돼지고기의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이 재래돼지(종자주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한돈에 다양성을 제공해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고 우리의 먹거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끝으로 농장과 유통, 전문가 간의 상시협업체계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박경원 대표(호은농장)은 본인 농장만의 듀록 브랜드를 소개했습니다(관련 기사). 불리한 생산성(산자수, 포유능력, 지재)을 극복하고 동시에 프리미엄 돼지고기로서, 고급육을 원하는 소비자 트랜드를 공략하고자 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생산성만 강조하고, 정작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눈높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돈산업에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듀록과 같은 유색돼지가 수입육에 대한 차별화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일주 이사(다비육종)는 다비육종이 20년 이상 하나의 브랜드로서 지속 개량하고 있는 'YBD(요크셔X버크셔X듀록)' 품종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이들 고기는 '얼룩도야지(다얼팜)'와 'THE짙은(도드람양돈농협)'이라는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는 유색돈의 경우 모(털)색에 의한 판정에만 의존하는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며, 유전체 자료를 통한 혈액조성 비율을 같이 확인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토종돼지 인정 기준 확대(관련 기사)와 유색돼지 관련 등급판정기준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산업관계자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한돈하면 백돼지만 생각했는데 한돈이 다양하다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라며, "수입육과의 싸움에서 결국 농장 생산성보다 돈육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본다면, 정부와 산업이 유색돼지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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