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가축분뇨를 주제로 대화하다 보면 어김없이 '가축 가운데 돼지의 분뇨량이 가장 많지 않느냐'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곤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얘기는 산업 내부에서도 들립니다. 한때 정부 농정 책임자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도 발견됩니다.
"우리나라 농촌 현장의 가장 고질적이고 해결이 어려운 민원이 축산 분뇨문제다. (중략) 국내에는 연간 5073만 톤의 엄청난 가축 분뇨가 발생한다. 분뇨량 중 돼지분뇨가 38%인 1921만 톤으로 가장 많다. - OOO 전 농식품부 장관 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챗GPT'의 답도 동일합니다. "네 사실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축 가운데 돼지가 생산하는 분뇨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돼지가 다른 가축에 비해 사육 마릿수가 많고, 상대적으로 많은 분뇨를 배출하기 때문에 돼지 분뇨의 양이 가장 많습니다."
정말 사실일까요? 축종별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O 전 장관이 인용한 자료는 지난 '22년 전국의 주요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축산환경조사 결과 내용입니다(관련 기사). 돼지 분뇨량(1921만 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했으나 이는 소 분뇨량을 한육우(1735만)와 젖소(462만) 분뇨량으로 나눈 결과입니다. 통계 착시입니다. 실제 소 분뇨량은 2197만 톤으로 축종별로는 가장 많습니다. 돼지 분뇨량보다 276만 톤이나 더 많습니다.
이 같은 경향은 '23년 실시한 표본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관련 기사). 전체 연간 가축분뇨량은 5087만 톤인 가운데 돼지 분뇨량은 1968만 톤으로 전체의 38.3%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한육우와 젖소 분뇨량은 각각 1751만 톤, 392만 톤입니다. 이 둘을 합친 소 분뇨량은 2143만 톤입니다. 이는 돼지 분뇨량에 176만 톤을 더한 값입니다.
정리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순입니다. 기억하세요.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