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를 대신해 일선 현장에서 방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들이 정부의 ASF 방역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회장 조영광, 부회장 박수현, 이하 대공수협)은 현행 ASF 위기 경보 단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고위급 정부 공무원의 탁상행정'이며, 이에 따라 국민의 불편과 담당 전문 인력의 피로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난 4일 밝혔습니다.
정부는 지난 '19년 9월 이래 현재까지 ASF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유지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거의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날이 역대 최장 기록을 수립 중입니다. 지난 5월 정권과 관련 부처 장관이 바뀌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방역시설에 대한 검사 및 점검, 소독 등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대공수협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는 1960년대에 (ASF가) 풍토병으로 되어 이 질병을 완전히 근절하는데 30년 이상이 걸린 점을 생각해볼 때 (정부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ASF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거버넌스(관리체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긴 안목의 구체적인 방역 목표를 수립하고 당장의 정책상의 조급증을 버릴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서 대공수협은 전국적으로 현재 발령·적용되고 있는 ASF 위기대응 심각 단계를 지역적으로 구분해 적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대공수협은 "(우리나라의 경우) 야생멧돼지에서 지속적으로 ASF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발생 지역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할 경우에만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충남과 전·남북, 경남, 제주 등은 위기경보 단계가 '관심' 수준으로 하향되고, 일제 소독과 예찰 중심의 방역이 시행됩니다. 경기 및 강원, 충북, 경북 일부 지역의 경우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공수협은 ASF의 동물 질병 방역 시스템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문제가 된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 인수공통감염병까지 아우를 수 있는 동물 질병 전반에 대한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대공수협은 "야생 동물(멧돼지)은 환경부에서, 가축의 경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할하다 보니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2019년 ASF 초기 발생 당시에도 광역 울타리 설치 등 초기 대응을 하는데에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대공수협은 일부 시군구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동물위생시험소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현행 90만원까지 지급 가능한 공중방역수의사의 ‘방역 활동 장려금’을 60만 원만 지급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다년간 고병원성 AI 및 ASF 등의 방역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와 공무원 수의사들에게도 합당한 보상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대공수협 조영광 회장은 “3년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ASF 위기 경보 단계로 인해 많은 국민과 농장주, 그리고 담당 전문 인력의 피로감이 누적되었다”며 “현실적인 동물 질병 위기 경보 단계의 정립과 통합된 동물 질병 컨트롤 타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