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발생한 '밀양 송전탑' 사태는 한전의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 강행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전-밀양 주민 사이에 벌어진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현재는 송전탑을 포함한 송전선로 설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태로 아직까지 한 양돈농가가 고통과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해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해당 농장은 밀양 상동면 고정리에서 '13년 당시 돼지 500마리를 사육하고 있었으며, 선로 공사 예정 구간 두 개 철탑으로부터 각각 630m, 350m 떨어져 있습니다.

농장주 A씨(당시 71)는 주민들과 함께 백지화를 요구하며 송전탑 건설에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건설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그해 12월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하였습니다. 밀양 주민의 두 번째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참고 영상: 밀양 송전탑 6 11 행정대집행 인권침해 보고서

농장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6월 한전은 대규모 경찰과 한전 직원을 앞세워 주민들의 저항을 강제 무력화한 후 속전속결로 건설을 강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농장은 공사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해 모돈이 폐사하거나 유사산이 발생하고, 수태율이 떨어지는 등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아들 B씨는 한전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축피해보상 감정 의뢰 합의서'를 작성하기에 이릅니다. 이어 C대학 동물생명산업센터를 통해 양돈장의 손해 배상액의 감정을 의뢰합니다. 센터 측은 총 손해가 약 8억 원에 이른다는 감정 결과보고서를 내었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손해액이 과하게 산정되었고, 감정 결과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배상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농장과 한전의 싸움은 3심까지 가는 긴 법률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최종 한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한전은 농장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존재하나, 센터의 감정서에 하자가 있어 감정금액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전부 지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감정서에 하자는 있으나 여전히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한 것입니다. 

이후 B씨는 '객관적 감정인을 통해 추가 감정을 진행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해 달라’고 한전에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한전은 이번에는 법적으로 ‘농장에 대한 채권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협의를 전면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거대 공기업 한전이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한 가정의 아버지에 이어 아들에게까지 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는 형국입니다. 

현재 B씨는 한전에 "협의서 작성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감정에 즉각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위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B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대화)는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 기간 중 발생한 건설소음 및 진동발생 등에 의한 가축에 대한 피해감정을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하기로 협의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감정가가 높게 나오자 협의서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다”며, “한전 김종갑 사장은 최근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 윤리경영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전의 행태가 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고 밝혔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