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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선도사례] 손바닥 위에서 돼지를 키운다

현장에서 전하는 스마트팜 선도사례, 이레농장(이정대 실장, 경기 양주)

[본 콘텐츠는 '현장에서 전하는 스마트팜 선도사례' 책자의 일부입니다. 발행처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허락 하에 싣습니다. 모쪼록 스마트팜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책자 전문은 스마트팜 홈페이지 자료실(바로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농가 정보



▶도입 장비



ICT 도입 목적 및 성과 분석_생산성 향상



▶성공요인 도출·분석



손바닥 위에서 돼지를 키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기본적으로 인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어차피 모든 기계화는 사람이 만든 것이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도입도 궁극적 목적은 ‘인력 관리’다. 사람이 좀 더 편하게 일하면서 생산성은 더욱 높이자는 것. 이레농장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양돈업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팜 디자이너’

경기도 양주 이레농장의 신축 돈사에 들어섰을 때 잘못 찾아온 줄 알고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놀랍게도 양돈 농가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전혀 안 났기 때문이다. 복장만 작업복일 뿐 리조트에 놀러온 젊은이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정대 실장(31)이 양돈 11년 차라는 것은 더욱 놀라웠다.


이 실장은 ‘팜 디자이너’로 불리기를 원한다. 그가 이 용어를 쓰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양돈을 3D 업종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전하고 싶어서다. 현대의 양돈업은 과학적인 분석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측면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양돈업에 종사하는 것을 의아하게 보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양돈업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차에 자신을 ‘팜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말을 쓰고 있다.


‘팜 디자이너’라는 말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마음 자세를 다지기 위함이다. 디자인 작업에 오랜 시간의 고민과 열정이 필요한 것처럼 이 실장 자신도 양돈업에 열정을 다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실장은 아버지가 양돈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지만 처음엔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평범한 고교 시절을 거쳐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과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로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해 보니 고되기는 해도 몸을 쓰는 일이 즐거웠다. 힘들기만 해보였던 양돈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의외의 복병은 아버지였다. 양돈업이 사양산업이라고 여긴 아버지가 만류를 한 것이다. 하지만 학업 성적으로 성실성을 증명한 아들에게 아버지는 결국 한국농수산대학 안내 책자를 내밀었다. 건축학과 1년을 마치고 농수산대학으로 학교를 옮긴 그는 이때부터 돼지와의 동고동락을 시작했다.




양돈은 사양산업? 

스마트 축사와 함께하면 블루오션!

현재 200두 규모의 양돈장을 총괄하고 있는 이 실장은 젊은 세대답게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우선 차단방역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고 사료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비용을 낮췄다. 그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매출액 15%, 모돈 대비 출하성적이 30% 이상 향상됐다. 육가공업체와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유통문제까지 해결했다.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와 친환경(무항생제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부터는 해마다 우수등급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새로 직원이 들어와도 쉽게 양돈 일에 적용할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등 농장 일의 체계를 잡았다.



 

농장 일을 매뉴얼화했다고 해도 일일이 사람의 손이 가야 하는 상황은 여전했다. 이 실장은 이 문제를 ICT로 해결하고 싶었다. 최소한의 인원이 편하고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15년 신축 돈사를 지을 때 처음부터 ICT를 도입했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환기 시설이다. 돼지는 호흡기가 매우 약해 공기에 문제가 있을 경우 집단폐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 공기가 직접 유입되는 것을 막고 지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거나 시원하게 할 수 있게 직접 설계를 했다. 1년간 건축 공부를 열심히 한 덕을 톡톡히 봤다. 지금도 꾸준히 건축박람회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환기 시스템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입기량과 배기량을 최적의 상태로 설정해 놓으면 환풍기가 돌면서 자동으로 적정값을 계속 유지한다. 이레농장의 시스템은 정전이 돼도 자동으로 적정 환경을 맞추고 나서야 멈춘다. 환기를 위한 환풍기 외에도 습도조절장치와 돈사의 상태를 살피는 CCTV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들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스마트 폰으로 바로 통보가 오므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물론 스마트 폰으로 모든 것을 조종한다. 손바닥 위에서 돼지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돼지 농장의 골칫거리인 분뇨 냄새는 미생물을 돈사로 흘러들게 해서 잡을 수 있었다. 이곳에 돈사를 신축할 당시 마을 사람들은 악취가 날 것을 우려해 마을에 돈사가 들어오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다. 이 실장은 어떤 원리로 냄새를 잡을 것인지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이들을 설득했다. 그때 반대를 했던 마을 분들이 지금은 “돼지가 있기는 있는 거야”라고 묻는다.


근무시간은 줄고, 생산성은 늘고

ICT를 도입하기 전에는 하루에 대여섯 번 돈사를 돌아봐야 했다. 온도나 습도 등의 적정 수치들도 데이터화된 것이 없어 오로지 경험에서 오는 ‘감’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레농장 신축 돈사(비육사)의 업무는 하루 한 번 출근해 1시간 정도면 모두 끝난다. 업무라는 것도 돈사를 둘러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예전 같으면 3~4명이 필요했을 일을 1~2명이 일주일에 7시간 정도면 충분히 마친다.


생산성 향상은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실장이 양돈에 뛰어든 10년 전만 해도 폐사율이 30%였던 것이 지금은 0.3%에 그친다. MSY(모돈 1마리 당 1년에 출하한 마리 수)도 10년 전에는 당시 전국 평균인 15두와 같았으나, 올해는 24두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국 평균 18두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앞으로 26두까지 내다보고 있다.




ICT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이 수월해지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따라오지만, 비용이 부담되는 것은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30%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나머지 설치비용은 꽤 부담이 됐다. 그러나 사업성을 생각한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이 실장은 말했다. 다만 국산 기계가 아직은 선진국들의 것을 따라가지 못해 고가의 수입 기계를 쓰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고 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은 2017년 3월 우리나라 양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양돈 선진국인 네덜란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농정원은 국내의 양돈농장 한 곳을 시범농장으로 선정해 시범 운영하는데, 그곳이 바로 이레농장이다. 이레팜이라는 이름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며 2017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ICT의 중요성에 대해 한참을 얘기하던 이 실장이 마지막에 강조한 것은 결국 직원 관리였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도 직원의 일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사람을 대접해야 생산성도 올라간다는 당연한 결론이었다.


2세대 경영인으로서 1세대인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지만 성실함으로 신뢰를 쌓아 극복했다는 이정대 실장. “양돈은 수익성이 아주 좋습니다. 블루오션이에요. 양돈업계에서 스마트한 농장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아직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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