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16년을 되돌아보면 농장 밖 세상은 떠들썩했지만 농장에서는 비교적 평온하게 지나간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물론 하절기에 유례없는 장기간의 폭염으로 사람도 돼지도 모두 힘들어 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농장 경영의 3대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돈가’, ‘사료비’, ‘질병이슈’가 모두 농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외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농장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좀더 집중하고 점검해야 할 것인가를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농장의 실제 사례를 통해서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사료요구율과 70일령 자돈 체중과의 관계
2016년 저희 농장은 상시 모돈 1,940두로 MSY 24.7두, 농장 총사료요구율 2.99를 기록하였습니다. 전년대비 몇몇 생산지표들이 개선되었으나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게 개선된 부분이 농장 사료요구율과 출하일령 입니다. 농장의 전체 비용 중 사료비 비중이 60~70%인 국내 현실에 비춰볼 때 사료요구율의 개선이 곧 농장 수익성과 직결되므로 저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장들에서도 어떻게 하면 사료요구율을 개선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사료요구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상당히 많고 다양합니다. 사료의 스펙, 사료 급여단계, 급이기 형태, 돈사 구조나 환경, 질병, 웅돈 정액의 유전형질, 관리자 등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주지만 결국에는 ‘사료허실을 줄일 것인가?’, ‘증체를 빨리 시켜서 출하일령을 단축시킬 것인가?’ 이 두 가지의 문제로 귀결될 것입니다. 사료의 허실을 줄이는 것은 급이기나 기본관리의 문제이니 잠시 접어두고 출하일령 단축에 대한 부분을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출하일령의 단축은 교배부터 출하까지 모든 단계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저희 농장에서는 이유 후 70일령까지의 자돈 육성율과 70일령 자돈 체중에 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저희 농장의 2014년, 2015년 동기간 70일령 자돈 체중과 그 대상돈들이 출하된 시기에 출하일령과의 관계를 보면 70일령 자돈의 체중이 출하일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약 3~4개월간 저희 농장 자돈 구간에서는 마이코톡신에 의한 귀괴사증 피해로 70일령 자돈 체중이 25kg까지 하락하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기간 전출된 자돈과 2015년 동기간 전출된 70일령 자돈들의 출하일령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출하일령이 빨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70일령 자돈 체중 1kg은 출하일령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준 것일까요? 국내나 해외에서도 이미 발표된 자료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저희 농장 연간 실증자료를 보면 70일령 자돈 1kg의 차이는 출하일령을 약 4일정도 앞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것을 비용으로 계산해보면 월간4,000두 출하 * 일사료섭취량 2.8kg * 4일 * 비육사료단가 360원 = 월간 16,128,000원의 사료비 절감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70일령 자돈의 체중 증가는 출하일령을 단축시킴으로써 농장 총사료요구율을 개선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70일령 자돈의 의미
그럼 자돈에게 있어서 70일령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자연상태에서 돼지는 대략 60일령 전후에서 이유를 하게 되는데 그 시기가 되면 이유 후 새롭게 직면하게 될 환경과 사료에 적응하면서 체조성도 서서히 바뀌어 외부 환경에 대해서도 스스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불완전하지만 어느 정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이 시기는 면역학적 측면에서 볼 때 어미로부터 받은 수동면역과 모유의 도움이 없이도 능동면역과 장관내 미생물총, 장관면역의 확립을 획득하여 어떤 병원체가 체내로 들어오든 어떠한 먹이를 섭취하든 성돈과 똑같은 면역체계가 작동함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70일령까지는 이러한 면역체계가 확립되는 과정이며 3~4주에 인위적으로 이유를 시키는 현대 양돈에서는 조기에 모체 방어막이 사라지는 그야말로 상당한 위험성이 존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리적인 변곡점을 무사히 지나고 이후에 골격과 근육의 급격한 성장을 준비하는 시기가 바로 70일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일령 우량 자돈 생산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에는 대부분의 농장들에서 관리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구체적인 관리방법을 언급하기 보다는 농장의 시스템에 관한 부분을 중심으로 몇 가지 말씀 드릴까 합니다.
① 교배시점부터 시작입니다.
체미돈 비율을 최소화 시키는 것은 70일령 목표 체중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체미돈은 산자수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임신초기 자궁의 용적과 초기 자궁 내 혈관의 발달 및 영양분 공급에 따른 여러 인자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임신 초기에 모돈의 집중적인 영양관리 및 임신기간 적절한 체형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농장에서는 매주 분만 복당 체미도태돈의 비율과 총산 대비 체미도태돈의 비율을 항상 점검하고 종부팀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② 분만사에서 저체중 자돈 육성에 집중하십시오
분만모돈의 포유능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모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울러 분만 일주일 이내의 위축자돈을 최대한 육성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필요합니다. 포유자돈 폐사의 절반 이상이 대부분 분만 일주일 이내에 위축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각 농장에서는 분만 일주일 내 폐사율과 폐사원인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만 일주일내 위축돈을 육성시키기 위한 방법들 - 예를 들면 다단계 양자 보내기, 인공포유기 등 많은 방법들이 있으니, 농장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선정해서 실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이 아니라 실행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저체중 이유자돈의 평균체중을 점검하십시오
대부분 농장들에서 자돈 이유 시 평균 이유체중을 계근할 것입니다. 평균 이유체중 뿐만 아니라 이유 당일 체중 별로 자돈을 선별한 후 가장 작은 그룹의 이유자돈(총이유자돈의 5%정도)의 체중을 함께 계근하여 관리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체중돈의 비율과 체중은 향후 70일령 자돈의 평균체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저희 농장에서는 4주 포유기준으로 평균 이유체중은 8.7kg 이상, 가장 작은 저체중돈 40두의 평균체중은 6.5kg 이상이 목표입니다. 이유 시 저체중 그룹의 이유체중 목표를 설정하고 매주 점검하여 농장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직원들의 저체중돈에 대한 관심과 관리 그리고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의미와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목표는 명확히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농장들에서 연초에 출하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직원들에게 성과에 따른 보상을 많이 하는데 성과에 따른 충분한 보상은 동기부여 측면이나 농장과 직원들이 함께 발전한다는 차원에서 당연히 주어져야 할 성과 분배 방식이지만 연말 성과급 지급의 효과가 1년 내내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매월 팀별 목표와 실적을 공유하고 월간 목표 달성 시 작은 포상을 해줌으로써 직원들이 항상 목표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끝맺으며
70일령 자돈 체중을 농장 간에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각 농장 별로 ‘얼마짜리 자돈 사료를 급여하는가’부터 ‘몇 일령에 젖먹이 사료로 교체하는지’ 등 투입되는 비용 구조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 농장에서 70일령 자돈의 체중 도달목표는 얼마가 적당한지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 단계별 세부지침을 정해서 농장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고병원성 조류AI 사태를 보면서 매년 반복되는 전염병에 대한 축산 방역체계와 그 한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공적인 방역시스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결국은 각 농장단위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방역매뉴얼과 절차를 만들고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시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2017년을 기대해봅니다.
금오양돈영농조합 박 수한 상무(vet10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