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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고] 한국형 동물복지 사양관리 멀리 있지 않다(하)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허재승 본부장(jaesung.heo@elancoah.com)

[본 글은 '월간 한돈 10월호(제506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돼지와사람]

 

동물복지 사양관리의 두 번째 단계: 돼지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주기

돼지에 대한 고통을 확인하는 연구 방법에는 다음 세 가지가 있다.

 

1. 고통 유무에 따른 일반적인 행동 및 생산성의 변화(사료 및 수분 섭취율, 생산성 지표의 변화)

2. 통증의 생리학적 지표(코티솔 수치, 심장 박동수 또는 혈압 변화)

3. 통증에 따른 행동변화(꼬리 흔들기, 엎드리기, 공격성 증가)

 

돼지는 기본적으로 고통을 느껴도 그것을 숨기려고 한다. 이는 야생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각인된 본능일 것으로 짐작된다. 고통의 징후를 보이면 포식자의 관심을 끌게 되어 더 빨리 잡아먹혔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굳이 논문을 인용하지 않고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사자나 하이에나와 같은 포식자에게 가장 먼저 잡아먹히는 동물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나 부상을 입은 동물이다. 포식자도 사냥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약점을 찾기 위한 감식안을 발달시켜 왔다. 반대로, 피식자의 위치에 있는 동물은 부상이나 고통을 또는 나약함을 숨김으로써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본능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돼지의 고통은 실제보다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아픈데도 잘 표현하지 않으니까 돼지는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돼지에 대해서 고통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돼지를 직접 키우는 농장관리자가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도 이러한 경험이 주는 '착시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돼지는 다른 포유류 동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돼지를 직접 키우는 현장에서도 이를 새롭게 볼 필요성이 있다.

 

 

참고로, 돼지의 고통에 대해서 가장 연구가 왕성한 곳은 '궬프대학교(University of Guelph)'인데 검색하면 관련한 다양한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돼지의 고통을 줄여주면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직접적인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면, 난산이 있는 모돈 중에서 진통제를 주사한 쪽이 대조군보다 포유를 더 빨리 개시했고 자돈을 잘 돌본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최근 모 제약사에서 돼지의 고통과 진통제에 대해서 발표한 내용에는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PRRS와 같은 전신성 바이러스 질병이 발생했을 때 진통제를 투여하면 돼지의 사료섭취가 개선됨으로써 질병을 앓는 기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통제 사용을 통해서 돼지의 생산성을 보다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관절염으로 인해 절뚝거리는 돼지에게도 진통제는 동일한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진통제를 투여한 돼지는 대조군보다 사료를 더 자주 그리고 많이 섭취하므로 관절염으로 인한 고통을 느끼는 기간도 줄어들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관절염(손상)은 돼지가 느끼는 고통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는 질병(증상)이다. 동물복지 인증기준에도 파행 등 발에 대한 관리가 별도로 명시되어 있는 이유이다. 

 

요약하면, 돼지는 고통을 느끼지만 본능적으로 이를 잘 표현하지 않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돼지가 고통을 느낄만한 여러 상황에서 진통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동물복지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양관리 방법이다.

 

 

동물복지 사양관리의 세 번째 단계: 질병에 대한 관리목표를 설정하기

동물복지에서는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 중에서 세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이다.

 

흔히 농장에서 가장 속상할 때가 애써 키웠는데 질병으로 속절없이 죽을 때라고 한다. 농장 단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 종돈, 사료와 같은 외적 환경이 충족되면 생산성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결국 '농장의 질병관리 노하우(Knowhow)'이다.

 

농장에서는 왠지 질병이라고 하면 약을 써서 그때그때 대처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질병을 그때그때 대처할수록 농장에 대한 기본관리가 무너진다. 기본적으로 농장 인력에 여유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므로 각종 사양관리 업무가 하루종일 빡빡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질병 치료에 인력이 몰리면 다른 사양관리에서 누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 예기치 못한 사고처럼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주 발생하거나 발생 패턴이 명확하거나 평소 관리를 통해서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서는 평상시에 꾸준히 관리해야만 농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질병 발생 시에만 급하게 수의사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질병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농장 질병관리 목표 설정하기]

① 발생했던 질병 및 신규예상 질병에 대한 빈도와 위험도 분석

② 해당 질병의 대응전략 결정(예제: 예방, 치료, 피해 최소화, 관리중단 및 모니터링)

③ 대응 전략을 기준으로 평상시 관리 활동을 진행

④ 분기별(반기별) 농장 내 질병 관리수준을 평가하고 필요시 관리목표 수정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발생된 질병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돼지의 고통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뭐 하루이틀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크겠냐고 생각하더라도 다음 사례를 보면 불과 6시간만에도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사에서는 속효성 치료제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지속성 치료제와 효과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농장시험을 진행하였다. [그림 6]은 같은 시간에 각각의 치료제를 투여하고 6시간 뒤 경과를 촬영한 것인데, 속효성 치료제를 투여한 돈군은 활력이 있고 사료를 먹기 시작했지만, 지속성 치료제를 투여한 돈군은 아직 사료를 먹을 힘까지 별로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림 7]은 동일 돈군에서 3일 후 체중 증가를 확인한 것인데 속효성 치료제를 투여한 돈군은 대조군보다 성장속도가 훨씬 빠른 것(+2.2kg vs +0.9kg)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컨데, 치료 속도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하다면 가급적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돼지의 고통도 줄이고 생산성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동물복지 사양관리를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글을 읽어내려 온 독자분들께서는 다소 이상한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다. 분명 동물복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돼지 생산성 개선 방안에 대한 글과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덴마크와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의 양돈선진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돼지에 대한 동물복지를 근간으로하는 각종 장비와 사양관리 방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왔으며 우리가 이를 수입하여 국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체화되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성소모성 질병이 내재된 현재의 양돈 산업에서는 불필요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시설이나 사양관리로는 더 이상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농가에서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데, 동물복지 사양관리라는 것은 사람 중심의 사양관리를 돼지 중심 사양관리로 의식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돼지의 생리와 본성에 기초하여 다시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돼지에 가해질 수 있는 불필요한 고통과 질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돼지에 대한 동물복지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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