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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획연재] 돼지의 안녕이 지구의 건강으로... 원헬스를 향한 우리의 선택

아산나눔재단 아산프론티어아카데미 모소리팀 이은애

지구가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협에 직면한 지금, 농업과 축산업은 지속가능성의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대규모 밀집형 양돈 방식은 낮은 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였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오염, 항생제 남용, 지역사회 갈등, 공중보건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제 ‘동물복지를 적용한 양돈 방식’은 단순한 윤리적 선택을 넘어, 환경과 사람, 동물의 건강을 한데 아우르는 ‘원헬스(One Health)’의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기획연재의 마지막 편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 현장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사례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동물복지 전환이 환경 부담 완화, 인체 건강 보호, 농가 및 지역사회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본다.

 

1. 밀집 사육의 그림자: 우리 땅과 물이 겪는 고통

분뇨 발생량과 처리 방식의 한계

2023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가축분뇨 약 5,087만 톤 중 돼지 분뇨는 1,967만 9천 톤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이 분뇨의 대부분은 퇴비·액비화되어 농지에 살포되는데, 과도한 토지 환원은 질소와 인의 과잉 유입을 초래해 수질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온실가스와 악취 문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2023)에 따르면 국내 농업 배출 온실가스 중 약 18.9%가 축산업에서 발생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양돈업에 기인한다. 특히 암모니아(NH₃) 배출은 축산업 전체의 46.1%를 차지하며, 미세먼지의 전구물질로 작용해 2차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 확산

밀집 사육 환경은 질병에 취약해 항생제 의존도를 높인다. 전 세계 항생제의 약 70%가 가축에 사용된다는 통계는 공중보건에 큰 경고음을 울린다(WHO, 2022). 국내외 돼지농장과 주변 환경에서 다제내성균(MRSA 등)이 검출된 사례는 ‘동물의 질병이 곧 인간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동물복지,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되다.

분뇨 관리의 고도화

동물복지 사육은 사육 밀도를 낮추고 깔짚 등을 활용해 분뇨의 질을 개선한다. 이는 단순 퇴비화를 넘어, 혐기성 소화(바이오가스 생산)나 고도 정화 처리 기술의 효율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유기농 동물복지 농장 ‘니쉬케스 에르프(Nieskes Erf)’에서는 농장 인근에서도 축사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건강한 돼지, 건강한 환경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돼지는 소화 효율이 높고 질병 발생률이 낮아 메탄가스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니쉬케스 에르프 농장은 돼지들의 여름철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지붕에 식물이 자라는 '그린 루프'를 설치해 열을 줄이는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항생제 사용 감소

복지형 농장은 동물의 스트레스가 적고 면역력이 높아 예방적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니쉬케스 에르프 농장주는 “유기농 양돈으로 전환한 이후 돼지들이 건강해져 전염병이 없었고, 새끼 폐사율이 현저히 줄어 농장 운영이 안정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항생제가 분뇨를 통해 토양과 수질로 확산되는 악순환을 차단하고, 내성균 확산의 고리를 끊는 데 기여한다.

 

 

3. 건강한 돼지가 만드는 건강한 사회

공공급식의 전환: 칸티네 쭈쿤프트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는 지역사회 건강과 직결된다. 대표적 사례인 독일 베를린의 공공급식 혁신 프로젝트 ‘칸티네 쭈쿤프트(Kantine Zukunft, 미래의 국내식당)’는 시 예산 지원을 받아 매일 7만 끼 이상의 식사를 개선하고 있다.

 

핵심은 예산을 늘리지 않고도 조리 방식과 메뉴 설계를 개선하는 ‘비용 중립 전략’이다. 이를 통해 유기농 식재료 비율을 평균 68%까지 끌어올렸다. 전문 조리사들이 직접 급식 현장을 방문해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훈련 주방’을 통해 신메뉴를 공동 개발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한국 기업 ‘하이포크’가 급식 담당자에게 레시피북과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독일은 공공이, 한국은 민간이 주도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급식을 통한 ESG 가치 실현이라는 목표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한국의 친환경급식지원센터와 민간 파트너의 협력이 강화된다면 베를린 못지않은 식탁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농장 노동자와 지역 주민의 건강

복지형 농장의 쾌적한 환경은 비단 동물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환기가 잘되고 분진과 유해가스가 적은 환경은 농장 노동자의 호흡기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 또한 악취와 분뇨 유출 사고가 줄면서 농가와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완화되고 상생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공중보건 리스크 감소

항생제 사용 감소는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원헬스' 실천이다. 동물에게서 비롯된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독일의 '슈파이제로이메(Speiseräume)' 사례처럼, 동물복지 축산물을 학교나 기관의 공공급식에 도입하는 것은 지역사회 건강 증진과 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4.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조건: 농가, 시장, 그리고 우리

생산성과 비용의 균형

동물복지 전환에는 초기 비용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니쉬케스 에르프 농장주는 관행 축산의 무한 경쟁 대신 유기농 전환을 택한 후 "소득은 전보다 좀 줄었지만 유지가 가능한 것에 만족하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유기농 돼지고기는 일반육의 약 두 배 가격이지만, 안정적인 공급망과 소비층이 형성되어 판로가 확실하다. 건강한 돼지는 폐사율이 낮고, 항생제 비용 절감 효과로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다.

 

시장과 제도의 뒷받침

전환 성공을 위해선 고도화된 분뇨 처리 기술과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도 중요하지만, 시장 주도형 협력 모델 또한 유효하다. 네덜란드의 ‘베터 레벤(Beter Leven)’ 인증처럼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협력해 변화를 이끄는 구조는 시사점이 크다. 독일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는 2030년까지 동물복지 3단계 이상 제품만 취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생산–유통–소비가 함께 움직일 때 구조적 변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결론: 우리의 선택이 미래를 바꾼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지였던 독일의 농장동물 생츄어리 '에어들링스 호프'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서 동물들은 산업의 일부가 아닌, 고유한 이름과 성격을 가진 '지각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s)'로 살아가고 있었다. 도축장 트럭에서 탈출했던 돼지 '빅토리아'의 이야기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알리는 상징이 되었고, 유기농 농장에서 도축될 운명이었던 소 '페르디난드'의 평화로운 모습은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다.

 

양돈 복지는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 전략이자, 우리가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존중을 표현하는 길이다. 모소리팀이 유럽 현장에서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동물의 건강은 곧 인간의 건강이며, 그것이 지구의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원헬스'의 고리를 우리는 분명히 확인했다.

 

한국의 양돈 산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복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 연재를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돼지 세상을 선택할 것인가?

 그 선택이 결국 우리의 지구, 우리의 건강, 그리고 우리 자신을 바꾼다.

 

◆ 양돈 동물복지, 한국이 묻고, 유럽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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