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이윤창출에도 인간 생활의 향상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창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변화된 다음 세대로 진보해 나갈 수 있습니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기업가정신으로 국내 양돈산업을 함께 돌아볼 기회가 되고자 합니다. -돼지와사람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는 않는다'라는 말로 유명한 경제학자 슘페터는 늘 해답으로 '혁신'을 주장했습니다. 슘페터는 기술혁신을 이루는 사람이 혁신자이며,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창조적 파괴를 실천하는 사람이 곧 '기업가 정신을 갖춘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창조적 파괴는 낡은 것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창조적 파괴를 이끈 기업가의 정당한 노력의 대가는 이윤이라는 것이 슘페터의 주장입니다.
영북축산(경기 포천) 최광식 대표는 한국 상황에 맞춘 양돈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의 장점이 우리나라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최 대표는 PSY30두를 이룬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감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품종으로 새롭게 방향성을 수정하고 돼지개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는 최 대표의 행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창조적 파괴를 실천하는 영북축산 최광식 대표를 소개합니다.
25년 전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최 대표는 양돈하는 친구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돼지 한 마리를 받아서 키우면서 양돈업에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으로 '중원종축'에 취업하고 5년 동안 근무하면서 근성을 인정받은 최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임대 농장을 운영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현재는 철원 우보축산과 포천 영북축산, 도유축산 농장 3곳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늦은 2017년 4월 입식을 시작한 영북축산은 모돈 250두의 3,000두 농장으로 국내 양돈에 맞는 농장을 위해 전략적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은 영북축산 최광식 대표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외국에서 장점이 우리나라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양돈이 유럽 양돈 선진국의 기술을 받아들이고 모방하면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계절이 뚜렷하고 양돈 기반이 다른 국내에서 선진국의 기술 그대로 적용했을 때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채널환기는 여름에는 습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올라오고 겨울에는 공기가 데워져 올라오기 때문에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온도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사계절이 뚜렷하다 보니 외국과 같은 채널환기 효과를 보기는 힘듭니다.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해서 적당한 수준으로 채널환기를 적용하면 될 것입니다.
영북축산은 한국 기후 특성을 고려한 채널환기로 운영됩니다.
"문제점은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서 찾아야 한다"
사양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구간별 단계 사양관리의 기본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분만사에서 산자수가 적고 죽는 새끼가 많다면 그 시점의 현장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2주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원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기본관리 매뉴얼이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사양관리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한 관리가 가능하도록 매뉴얼화 시켜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어야 현재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대화가 문제를 풀지 실력이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
3개 농장을 함께 운영하지만 지시한 업무에 대한 매일·매주 단위의 보고체계가 되어 있어 운영에 문제가 없습니다. 방역문제를 고려해서 하루에 한 농장만 가는데, 매주 금요일 단톡방에 그 주 방문일정을 올리고 일정에 따라 움직입니다.
거의 매일 통화를 하고 보고를 받으면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바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데 유념하고, 벌어진 일보다는 직원들의 마음을 보고 해결하는데 집중합니다.
팀장들이 만나 회의도 하는데 의견을 나누면 농장마다 현장에 맞는 해결방법이 나옵니다. 결국 심도 있는 대화로 문제가 풀리지 실력만으로는 처해 있는 문제를 풀지는 못합니다.
"직원들간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야 성적이 오른다"
농장 인센티브제는 경영자 입장에서 직원들을 동업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각 농장의 팀장은 가장 경험과 지식이 많고 중간 간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팀장이 경험과 지식을 직원들과 나누지 않으면 농장 성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농장 직원들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습니다. 개인이 잘한다고 최종적인 농장 성적이 좋게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팀원들은 서로 보완하며 다방면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생산성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의 맛과 품질이 중요하다"
구이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한국에서 품질에 우선하여 종돈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처음 바꿨을 때 생산성이 너무 안좋아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종돈을 바꾼 돼지는 적게 낳고 느리게 컸습니다.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 적응을 하면서 보니 (지금은)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고 느낍니다. 품질을 우선시 하다보면 생산성을 높이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제 경험으로 보면 종돈의 차이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나중에는 생산성에 있어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많이 낳는다고 많은 소득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출하두수가 많아야 오히려 수익이 더 낫습니다.
과거 생산자들은 우리 농장 돼지가 좋으니 유통이 잘 팔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근래에는 유통이 원하는 돼지에 맞추어 품종이나 사양관리를 바꿔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여러 농장이 좋은 품질의 돼지를 제공하면 유통은 이를 브랜드화 하는 추세입니다.
생산자와 유통이 상생해 나가려면 좋은 품질의 돼지로 소비자들에게 한돈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생산자들은 돼지 개량을 많이 해야합니다.
"양돈에서 성공하려면 관심과 근성이 가장 중요하다"
돼지는 살아있는 생명이다 보니 기후나 시간에 따라 변화합니다. 관심이 없으면 변화를 찾아낼 수 없고 근성이 없으면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경제학자 슘페터의 말이 더욱 이해가 되었습니다.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갖춘 사람의 가장 중요한 실천적 덕목으로 '창조적 파괴'를 꼽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정 관념이나 현상만을 쫓는데 반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창조적 파괴를 실천하는 길입니다.
최 대표는 한국에 적합한 시설을 농장에 적용하고, 직원들간의 소통으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매뉴얼을 만들어 농장을 관리합니다. 구이문화에 적합한 종돈을 들이고, 유통과 협력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천적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보여준 최 대표의 '기업가 정신'은 한돈산업이 참고해 볼만 합니다.
영북축산 최 대표의 앞으로 행보에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