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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기는 싸질까, 물가는 오를까

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한갑원(경제학 박사)

최근 수입축산물과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수입 고기가 늘어나면 물가는 내려가지 않을까.” 축산업을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말이지만, 이 질문은 점점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

 

2028년을 전후해 수입축산물 관세가 사실상 사라지고,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이 일상화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두 변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2028년 수입축산물 완전 개방’은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주요 축산물 수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는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인하 돼 왔고, 그 마지막 구간이 2026~2028년에 집중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는 2026년, 호주산 쇠고기는 2028년을 끝으로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다. 관세라는 마지막 완충 장치가 없어지는 시점이다.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축산물 자급률은 8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쇠고기 자급률은 40%대에 머물고 있고, 돼지고기 자급률은 약 70% 수준이다. 닭고기는 이보다 다소 높지만, 가공·외식 시장으로 갈수록 수입 의존도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통계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가공식품과 외식·급식 시장에서는 이미 수입산이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버티고 있을 뿐, 구조적으로는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품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제기되는 해법은 “국내 축산물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말은 축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축산물 생산비의 절반 이상은 사료비이며, 이는 국제 곡물 가격과 환율에 크게 좌우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환경·동물복지 규제, 질병 대응 비용까지 더해지면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입 개방 이후 가격 경쟁이 심화 될수록 국내 축산업이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하나의 변수가 더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다. 국제통화기금과 유럽중앙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 기온이 상승할수록 식료품 물가는 구조적으로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폭염과 가뭄은 작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료 가격을 끌어올리며, 냉방 수요 증가로 에너지 비용까지 동시에 자극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영향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 고온이 반복될수록 물가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보다 기준선 자체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 지점에서 수입 확대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 농축산 생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해외 생산지 역시 폭염과 가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내 축산업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국제 가격이 오를 경우, 이를 완충해 줄 장치는 사실상 사라진다. 축산업은 가격을 낮추는 산업이 아니라, 가격 폭등을 막는 마지막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축산업 붕괴의 파급 효과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확인된 바 있다. 1990년대 일본은 시장 효율화를 명분으로 축산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겼다. 그 결과 농가는 빠르게 줄었고, 수입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평상시에는 가격이 내려가는 듯 보였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조절할 수단이 없었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식량안보와 국산 축산물 유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했을 때는 이미 생산 기반이 상당 부분 사라진 뒤였다.

 

반면 같은 시기 유럽은 다른 선택을 했다. 축산 구조조정을 피하지는 않았지만,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충격을 관리했다. 농가 수는 줄었지만 산업의 기반은 유지됐고, 이후 여러 위기 속에서도 축산업의 급격한 붕괴는 피할 수 있었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차이는 분명하다. 문제는 줄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줄이느냐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축산업은 지금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전환을 진행 중이다. 저메탄 사료 도입,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에너지 활용, 사육 방식 개선을 통한 배출 저감 등이 그 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저탄소 농업프로그램(축산분야)은 이러한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축산 분야의 탄소 감축 활동을 측정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후 대응을 농가의 부담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은 탄소 배출을 측정하고 관리하며 감축 성과를 축적할 수 있다. 반면 수입축산물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우리의 정책 범위 밖에 있다. 국내 축산 기반이 약화될수록 탄소 배출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관리할 수 없는 형태로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른바 ‘탄소의 외주화’다.

 

2028년은 위기의 시작이 아니다. 수입 개방과 기후변화라는 두 흐름이 동시에 현실이 되는 시점이다. 이때 국내 축산업이 버티고 있느냐, 이미 무너져 있느냐에 따라 물가와 식량안보, 그리고 탄소 감축의 경로까지 달라질 수 있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면, 그 결과 역시 이미 예고 돼 있다.

 

수입축산물 개방은 막을 수 없고, 기후변화 역시 되돌릴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분명하다. 국내 축산업을 단순한 비용의 문제로 볼 것인지, 물가 안정과 식량안보, 그리고 탄소 감축을 위한 기반으로 볼 것인지다. 그 선택을 미루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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