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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의직 이탈, ‘처우 미흡’이 아니라 ‘행정 질병’이 원인

우선 방역정책에 있어 비과학적·전시행정적 업무 줄이고 가축방역관에게 수의사다운 업무를 부여해야

"최근 수의직 공무원 감소 추세와 함께 공방수 선발제도 변화 등으로 방역 인력 운영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발생 등 업무 부담은 증가하나 민간 대비 낮은 처우 등으로 공직으로 유입되는 전문인력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 농림축산식품부('26.3.25, 관련 기사)"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방역관, 특히 수의직 공무원의 인력 부족’은 언론의 단골메뉴입니다. 매 국정검사의 지적사항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가축방역관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처우개선(승진 가점, 수당 상향)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작 현장의 가축방역관들이 공직을 기피하고 떠나는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수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는 비효율적인 방역 행정, 그리고 선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농장 중심의 과도한 규제’가 그들을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수의사를 '방역 전문가'로 채용해 놓고, 실제로는 축사 문 앞을 지키는 '검문소 경비원'이나 '현장 사진사'로 부려먹고 있습니다. 지금 방역 현장의 가축방역관들은 가축의 질병을 진단하고 역학을 분석하는 시간보다 농장의 방역 조치 완료 사진을 확인하고 독려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생석회를 뿌렸는지, 소독 시설이 작동하는지를 일일이 인력으로 점검하는 방식은 기술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구태의연한 행정입니다. 전문 지식이 '사진 찍기'와 '서류 채우기'로 소모되는 곳에서 직업적 보람을 찾기란 불가능합니다. 전문가가 전문성을 부정당하는 곳에 미래는 없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비효율은 정부가 가축방역관을 동원해 농장을 직접 통제하려는 ‘행정관료적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인체 방역의 경우 탄탄한 민간 의료 인프라를 토대로 공공 의료가 협력하는 구조지만, 가축 방역은 민간 수의사의 전문성을 철저히 외면한 채 가축방역관 등을 통해 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움켜쥐려 합니다. 민간 수의사를 동반자로 인정하기보다 행정 명령의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과학적 방역은 사라지고 감시와 단속만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뼈아픈 실책은 가축방역관을 '조력자'가 아닌 '단속반'으로 만들어 농민과 싸우게 한 점입니다. 예찰과 사전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진행되는 상시적인 인력 점검은 현장의 끊임없는 마찰과 민원을 유발합니다. 방역은 농민과의 '협력'이어야 하며, 가축방역관은 농가의 질병 고민을 해결해주는 전문가로서 정책 수요자인 축산농가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받고 보람을 느끼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시와 과태료 부과가 주된 업무가 되어버렸고, 가축방역관들은 보람 대신 민원 폭탄이 쏟아지는 최전선으로 내몰리며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도 희박한 '보여주기식' 방역 사업은 행정적 안심을 위한 '코미디'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생석회 벨트, 거점소독시설 운영, 축산인 공항만 소독 등은 과학적 방역이라기보다 전시행정에 가깝습니다. 구제역 항체양성률 점검이나 ASF 혈청 예찰 등 질병 예방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쓸데없는 검사'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사이, 수의사로서 발휘해야 할 전문 역량은 갈수록 퇴화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부족한 인력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닙니다. 정부는 수의인력 대신 일반인력을 투입하는 등 구멍 난 독에 물을 더 붓는 대책이 아니라, 비과학적·전시행정적 업무라는 ‘독의 구멍’부터 막아야 합니다. 가축방역관에게 필요한 것은 수당 몇만 원이 아니라, 수의사로서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입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의 방역인력 부족 위기는 가축의 질병 증가 때문이 아니라, 전문가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행정의 질병'에서 비롯된 것임을 말입니다. 가축방역관에게 수의사다운 전문적 업무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농가와 가축방역관이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질병을 막아내는 '상식적인 방역'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무너져가는 국가 방역망을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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