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소독시설'에 대한 한돈산업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습니다. 특히나, 돼지를 실은 생축운반차량의 거점소독시설 경유 의무에 대해서는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도축장 이동 돼지운반차량에 대해서는 거점소독시설 경유 의무를 면제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전국 지자체와 유관기관(대한한돈협회)에 'ASF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강화 조치사항'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해당 공문에는 이번 영덕·파주 농장 ASF 발생과 관련 ▶접경지역 및 경북 등 19개 시군에 대한 양돈장 예찰 강화 ▶야생멧돼지 ASF 검출지역 방역관리 강화 ▶농장·도축장 등 축산관계시설 집중 소독 ▶시설·관계자 등 대상 차단방역 수칙 등 지도홍보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개정된 '도축장 출하 관련 생축운반차량의 거점소독시설 방문 절차'를 안내했습니다. 현행 출하차량은 돼지가 실려 있든 없든 반드시 거점소독시설을 경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설에서 발급하는 소독필증(최소 2장)이 있어야 돼지 도축이 가능됩니다. 

이번에 개정된 출하차량의 거점소독시설 방문 절차에서는 농장에서 돼지를 실은 후 도축장으로 바로 가는 경우에는 거점소독시설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습니다. 거점소독시설이 발행하는 '소독필증(도축 전)'은 농장에서 발행하는 '소독확인증'으로 대신하도록 했습니다. 요약하면 앞으로 돼지출하차량은 농장 방문 전 거점소독시설에서 발급받은 '소독필증'과 상차·소독 후 농장에서 받은 '소독확인증'이 있으면 도축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농장을 여러 곳 들러 돼지를 상차하고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기존 절차를 그대로 따르도록 했습니다. 농장간 이동 시 그리고 도축 전 거점소독시설을 반드시 방문하고 소독필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다만, 농식품부는 생축이 있는 차량에 대해서는 차량 측면과 하부만 소독하도록 안내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거점소독시설을 통한 PRRS 및 PED 등과 같은 병원체의 전파 가능성이 다소나마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후보돈, 종돈, 자돈 등 농장간 돼지수송차량에 대해서도 적용이 확대되길 바라봅니다.

한편 돼지에서의 '소독확인증' 도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만, 다른 축종은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한 바 있습니다. 가금에서는 지난 '22년 조류인플루엔자 SOP 개정을 통해 도축 목적의 가금 생축운반차량에 대해 '소독필증'을 '소독확인증'으로 대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의 경우 농식품부는 지난해 5월 구제역 발병 시 소 생축·분뇨 운송 차량이 소 농장에서 다른 농장, 도축장 또는 분뇨업체로 갈 경우 농장에서 소독을 실시하고 '소독확인증'을 발급받아 이동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