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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36) 돼지 밥 짓는 아내의 소원] 돈가는 왜 떨어졌을까?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돼지 경락가격은 지난 7월 11일 5,617원(탕박, 제주 제외)을 정점으로 지난 주 금요일에는 4,166원까지 떨어져 보름 만에 무려 1,451원이나 급락했다.

경락두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돈가는 마치 브레이크가 망가진 것처럼 제어가 되지 않고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농가들은 혹시 심각한 사태가 온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 돈가는 일반적으로 복날 더위와 방학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시작되는 7월 중순을 전, 후로 꺾이다가 맹렬한 폭염이 절정을 이루는 8월 초부터는 다시 오르기 시작하여 추석 직전 약 1주일을 제외하고 9월 중순 경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는 패턴을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돈가에 대해 폭염이 돼지고기 소비를 감소시킨 것이 주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도한 수입육이나 육가공업체의 재고 부담 등이 돈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물론 필자 역시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돈가의 대폭락 사태가 어디서 왔는지 그 본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 7월 20일 이후 폭염이 본격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예년의 경우에도 폭염이 절정을 이루게 되는 7월말이나 8월 초에는 오히려 돈가가 오르기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워서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만으로는 최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돈가의 급격한 추락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가 어렵다.


위의 돼지 경락가격 그래프에서 보듯이 지난 2016년 6월 말부터 7월초까지 돈가의 단기적이고 급격한 폭락 사태가 있었지만 이는 당시 육가공업체들의 일시적인 작업 감소나 중단에 따라 도매시장으로 출하 물량이 폭증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의 돈가 급락 사태는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물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문제라는 점에서 2016년의 일시적 돈가 하락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매시장으로 물량이 크게 증가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돈가가 믿기 어려울 만큼 극심한 하락세를 보인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최근 출하되고 있는 돼지들의 심각한 품질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절기 돼지의 낮은 출하체중과 얇아지는 등지방 등 품질 저하 현상은 오히려 폭염으로 인한 밀사의 영향을 오랫동안 심하게 받게 되는 8월 초에서 중순까지 극심하게 나타나므로 최근 돈가 하락 문제가 단순히 폭염에 의한 요인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아마도 아래에 보이는 그래프와 설명으로부터 그 원인과 해답을 찾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밀사로 인한 성장 정체나 출하일령 지연에 따른 저체중의 비규격돈과 등지방이 얇아서 고기 맛이 떨어지는 저 품질 돼지들은 8월이면 최고점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출하되는 돼지들을 보면 평상시 8월달보다도 체중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2등급 이하 저품질 돼지의 출하 비율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주 경락가격이 4,000원대(탕박, 제주지역 제외) 초반까지 급락했었던 데는 더위로 인한 소비 부진과 더불어 바로 2등급 이하의 불량한 돼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8%가 넘어가고 체중도 105kg(생체 환산 기준) 남짓에 불과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난 7월 20일 이후 여느 해보다 더위가 좀 더 심했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심각한 돼지의 성장 정체와 등급 품질 하락에는 어떤 원인이 또 있는 것일까?

바로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거래 중단을 무기로 사료 가격 인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부 합리적이지 못한 농가들과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치열하게 눈치 보기로 일관하면서 품질에 대한 원칙을 못 지키고 있는 일부(?) 사료업체들 덕분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이다.


위 사진은 최근 서로 다른 비육사에 각각 다른 사료회사의 사료를 사용했던 농장에서 찍은 급이기의 모습이다.

한 비육사에서는 비싼 대두박이 저가의 잡박 원료로 대부분 대체된 것처럼 보이는 매우 어두운 색상의 사료가 기호성이 떨어져 심하게 파헤쳐진 모습을 볼 수 있고 다른 한쪽 비육사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사료 섭취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료회사들은 지금까지 장기적인 가격 경쟁의 덫에 걸려 영업이익이 거의 사라져 버렸거나 이미 만성적인 적자 경영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기술 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을 통한 가치 차별화 보다는 단순한 가격과 여신만으로 극한의 치킨 게임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대폭적인 사료 가격 인상 요인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은 여전히 잘 바뀌지 않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의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오는 돼지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영양소 요구 수준을 맞추면서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위의 비육돈 사진들은 모두 과거에 필자가 7~8월 한 여름에 촬영한 것들이다. 더운 여름철이어서 호흡기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사진 속의 비육돈들은 좌측과 우측이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좌측에 있는 비육돈들은 밀사가 되지 않는데도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아서 뱃구레가 없이 늘씬하기만 하고 피모가 거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우측의 돼지들은 상당한 밀사에도 불구하고 체폭이 넓고 매우 건강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비육사의 환경관리가 특별히 다르지 않은 위의 농장들에서 사료의 품질 차이만으로도 돼지의 성장과 도축 품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한돈의 품질은 최근 폭염과 함께 가격 경쟁에 내몰리고 사료 가격을 제 때 인상하지 못하는 대다수 사료업체들의 경영난이 맞물려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되었고 낮은 경락두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돈가 하락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농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돈가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다시 서서히 회복하게 될 것으로 필자는 예상한다. 그러나 사료업체의 경영난은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없이 해소되긴 어렵다. 이는 곧 농가들의 생산성이나 한돈의 품질과 직결되며 장기적으로는 수입육에 맞서는 한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이기에 궁극적으로는 한 배를 타고 가는 동업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폭등하는 원재료비와 환율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안 했다고 그것이 마치 농가와 상생하는 것인 양 박수를 치거나 부추기기 보다 당장 거래처의 심한 불만과 거래 중단을 감수하더라도 고지식한 원칙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용기에 좀 더 많은 박수를 쳐 줄 수 있는 합리적 이성과 동업자 정신을 가진 농가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돼지를 기르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돼지 밥을 짓는 아내의 소원은 자식 같은 돼지들에게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든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이는 일이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 돼지들이 밥심으로 잘 이겨내고 튼튼하게 자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먹거리, 한돈 국가대표가 되어 남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아내의 가장 큰 바램이다.

좋은 재료와 다양한 반찬, 그리고 지혜와 경험이 담긴 아내의 특별한 레시피는 맛있고 영양가 높은 돼지 밥 요리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좋은 재료와 레시피를 알고 있어도 늘 빠듯한 살림살이 하느라 지치고 더구나 요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갔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남편이 쥐어 주는 생활비를 가지고는 돼지들이 좋아하는 음식 재료를 예전만큼 담을 수가 없다.

돼지 밥 짓는 주부들은 너무 올라버린 장바구니 물가를 감당하느라 말라 버린 깡통 계좌를 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림을 할 지 너도 나도 걱정이 태산이다.

돼지 밥 짓는 아내의 소원은 자식 같은 돼지들에게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든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이고 돼지를 잘 키워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남편을 제대로 뒷바라지 하는 일이다.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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