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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2) 노루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다] 시설과 환경 관리 문제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은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번 돈심보감 첫 번째 이야기(바로가기)에서는 계절별 기단의 변화와 농장 밖의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지형이라는 거대한 시설이 어떻게 농장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뤄보았다. 아마도 그런 관점에서 자신의 농장을 바라보았을 때 적잖이 실망한 경우도 있고, 아주 다행이라고 뿌듯해 한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농장의 생산성이 풍수지리 하나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어느 하나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면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일도 없다. 

아니, 오히려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훌륭하고 창조적인 결과를 얻게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런데 문제 그 자체마저 알지 못한다면 종로에서 뺨을 맞아놓고서 한강에 가서 화풀이를 하게 되거나, 엉뚱하게도 우물에 가서 있지도 않는 숭늉을 찾는 등 문제를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

돈심보감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나라 양돈 농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중 '잘 하려고 노력한 결과가 결국 문제만 더 키우게 되는 시설이나 환경 관리 문제'를 짚어 보고자 한다.

1. 우리나라 시설 환경의 변화
우리나라는 과거 돈사 리모델링이라는 명목으로 구멍 난 바지 기워 입듯이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적당히 짜집기 하여 비용이나 편의에만 맞게 적용하다 보니 농장들마다 고생한 흔적들은 여기저기 많이 보이지만 시설의 수준이나 운영 방식은 천차만별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농가들이 자금 여력이 좀 생기다 보니 쳐다보기 싫은 기존 시설을 완전히 다 뜯어내 버리고 남들이 좋다는 방식으로 고쳐볼까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 '윈치 돈사'를 지나 2000년대 중반 '강관파이프와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허술했던 1세대 무창돈사'가 10년 이상 이어져 왔지만, 최근 장기 호황에 힘입어 바야흐로 '두터운 벽돌과 스테인레스, H빔으로 중무장한 2세대 무창돈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최신식의 완벽한 단열로 중무장을 한 돈사 시설과 에어컨시스템을 통해 여름철의 폭염 피해와 동절기의 극심한 추위나 일교차도 어느 정도 극복을 할 수 있는 농장들이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걱정되는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덩치 크다고 싸움도 잘 하는 게 아니듯이 중무장한 전차와 같은 돈사는 우리나라의 모든 환경적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무쌍한 환경을 스마트하게 제어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렵고 나중에 문제를 알게 되더라도 다시 뜯어 고치기도 쉽지 않아서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귀에는 몇 억씩 들여서 지은 돈사에서 벌써부터 '새집증후군'에 시달리고 수업료를 치르느라 고민하고 있는 농가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2. 돈사 시설과 환경에서 고려할 점들
돈심보감 1편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환절기와 동절기에 일교차뿐만 아니라 기단 변화에 따른 강한 바람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질병 피해로 이어지기가 쉽다.

따라서 돈사의 환경을 제어하는 환기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무창돈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기구 형태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무창돈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기구 형태이다. 역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위의 사진에서 보여준 배기와 입기 방식은 모두 바람이 강한 지형에서 상황을 훨씬 더 악화시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바람이 돈사를 향해 불어 오는 경우 돈사 벽에 부딪힌 바람은 더욱 강한 상승 기류를 일으키면서 배기구와 입기구를 압박하고 돈사 내부로 찬 공기를 강제로 밀어 넣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바람이 불어오는 데서 생기는 저항을 줄이겠다고 설치한 배기 후드와 입기창은 문제만 더 크게 키우는 어이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입기구나 배기구의 구조물들 역시 문제를 개선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무다라(좌측 상단)의 하단부로 강하게 밀고 올라오는 바람은 그대로 돈사 내부로 쳐들어 오게 되고, 처마 바로 밑에 박혀 있는 캐넌 입기구(PVC 파이프 입기, 우측 상단)를 통해서도 바람은 더 강하게 돈사로 밀려 들어오게 될 것이다.

또한 배기구에서 맞바람이 부는 상황 하에서 단순히 비닐 튜브(좌측 하단)를 설치하거나 플랩을 아무런 보완 장치 없이 설치(우측 하단)하는 것은 환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필자의 설명이 혹시 잘 이해가 안 된다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한 농장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좀 더 쉽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때는 몇 년 전 어느 겨울, 필자가 점검을 하면서 사진에 담았던 농장의 육성사 모습이다. 오전 11시경에 방문한 농장의 환기 콘트롤러에 표시된 온도는 12도 수준으로 새벽에는 돈사 내 온도가 10도도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돈사 외부의 입기구 부위에 고무다라가 설치된 방향은 정확히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의 각도와 일치하고 있었고 찬바람이 매섭게 밀려와 돈사의 벽에 부딪힌 다음 강하게 위로 치밀어 올라오는 상황이었고 고무다라는 오히려 더욱 강한 입기를 부추기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진의 좌측 하단에서 보듯이 한 겨울에도 덕트가 팽팽하게 부풀고 덕트에 뚫어놓은 큰 구멍으로는 황소바람이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편 바람이 불지 않고 잔잔할 때는 환기휀이 설정된 최소환기 기준에 따라 살살 돌아도 비닐 덕트는 다시 수축되고 아래로 무겁게 처져서 입기가 전혀 안되고 있는 모습도 사진(우측 하단)에서 볼 수 있다.

비단 위의 농장만 이러한 풍경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농장들에는 겨울에 쓰지도 못하고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는 비닐 덕트가 허다할 것이다. 한 번 상상해 보자. 돈사 내 온도가 10도도 채 안되고 황소바람이 불어 닥치는 돈사에서 돼지들은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아래 사진은 해당 농장의 비육사에서 찍은 사진이다. 비육사의 입기구에도 마찬가지로 고무다라를 육성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개의 입기용 덕트 중 왼쪽의 것은 완전히 수축되어 있고 오른쪽의 것은 가득 부풀어서 바람이 마구 들어오는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오른쪽 입기 덕트에서는 북서쪽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입기가 되고 있고 왼쪽 입기 덕트는 정반대 방향에서 휀에 의해서만 최소 입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겨울철에는 입기휀이 돌더라도 회전수가 약해서 환기가 제대로 안되거나, 반대로 외기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전혀 원하지 않는 입기가 일어나는 극단적인 상황이 흔하게 벌어질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농장들이 어떻게든 문제를 줄여 보고자 노력한 흔적들이라고 보여지는 환기를 위한 장치물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거나 오히려 더 문제를 키우는 사례는 흔하다. 마치 노루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강관파이프와 샌드위치 판넬로 만든 1세대 무창돈사이든 벽돌과 H빔으로 중무장한 2세대 무창돈사이든 무관하게 많은 농장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3. 문제점 개선을 위한 간단한 해답 한 두 가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생각하면 방법은 다양하고 많다. 돈을 많이 들여서 시설 구조를 아예 채널환기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살짝 방향만 바꿔줘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아래 사진들이 매우 간단하게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돈사 외부에 설치된 모든 배기구와 입기구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하늘을 향하도록 설치되어야 한다.



필자가 왜 후드의 입구를 땅바닥을 향하도록 설치했는지 농장주들에게 물어보면 돈사 냄새가 공중으로 빨리 퍼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또는 빗물이 들어올까봐 그렇게 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고 시설업자가 그냥 그렇게 설치해 주니까 신경 안 썼다는 대답도 꽤 있었다.

사실상 냄새는 저감장치나 투자를 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이고 바람이 불면 어떻게든 퍼지게 되어 있는 문제에 해당한다. 만일 비가 오는 것이 문제라면 빗물이 빠질 수 있도록 후드 아래 구멍을 내주거나 후드 위에 비가림판을 설치해 주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문 환기시설 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시설을 해왔고 사소한 노루를 피하게 해 주려다가 건너편에 웅크리고 있는 무서운 호랑이를 못 보는 결과를 만들어 왔던 것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방식도 나름 고민한 흔적은 인정되지만, 입기구를 아래로 향하게 두면서 외부 바람에 의해 휀의 작동과 무관하게 원하지 않는 입기의 가능성을 높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돈사의 환기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를 만큼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농장들이 아주 간단한 문제로부터 환기에 애를 먹고 있는 부분들 중에서 일부를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필자가 환절기나 동절기에 주로 추천하는 양압식 환기에 대해 살짝 맛보기만 하고 이번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대부분의 농장들은 완벽한 채널환기 방식으로 땅 속 깊숙이 충분한 예열 공간을 거쳐서 입기를 하지 않는 한 축사의 단열 수준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겨울철에 돈사 내부의 온도 하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농가들이 무창 배치형 돈사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방식인 공기를 복도 공간을 이용하여 예열하는 수준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 밖에 안되기 때문에 그다지 기대할 것이 못된다.

게다가 입기구가 제멋대로이고 조절도 불가능한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나라의 양돈장 시스템 하에서 겨울철에 음압 방식의 환기만으로는 입기 유속이나 사각지대 등 환기에 있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기존 시설을 모두 뜯어고치지 못하는 농장을 위해 환절기와 동절기에 좀 더 편안한 환기 관리가 가능하도록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2단계 양압 예열 방식 환기를 추천해 주고 있다.



돈사의 크기나 돼지의 체중, 사육두수 등을 고려하여 최소, 최대 환기량과 환기휀의 크기를 결정하고 입기 유속을 고려하여 구멍의 크기나 개수도 달리 정해져야 하겠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위 2단계 양압 예열 방식 환기 시스템의 개념만 설명하기로 하겠다.

1차 양압 예열 환기는 최소 환기만을 커버해 줄 수 있는 수준이면 족하고 될수 있는 대로 작은 휀을 이용하여 설계해 주는 것이 안전하고 편안하다. 예열 방식의 양압 환기는 외부의 찬 공기가 비닐 덕트를 통하여 돈사 내부 상층부의 더운 공기를 지나면서 데워진 다음 다시 돌아 나오면서 입기가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2차 양압 환기는 봄, 가을의 주간에 외기 온도가 다소 상승하는 경우 1차 양압 환기 수준으로 충족되지 못하는 환기량을 추가로 보완해 주고 음압 방식의 환기로 급작스럽게 전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샛바람이나 습도 저하 문제로 생기는 호흡기 피해를 줄여주는 조치로써 반드시 예열 방식으로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참고로 국내 환기업체 중 하나인 JW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중 열교환 환기 시스템도 다소 높은 비용을 제외하면 중소 규모 크기의 돈사에서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JW사의 이중 열교환 환기 시스템은 과거에 단지 개념으로만 머물러 있을 당시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필자가 어렵사리 제작해서 농장에 설치해보고 불편했던 점들을 보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지금에 이른 시스템이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에 국내 최초로 이중 열교환 양압 환기 시스템을 구현해 본 작품으로 환절기와 겨울철의 환기에 고민이 많았던 농장에게 크게 도움이 된 시스템이다.


당시 주름관과 덕트를 이용해서 일일이 자르고 붙여서 제작한다는 것이 꽤 까다로웠고 아예 금형을 만들어서 상업화하도록 J사 대표께 제안하여 현재의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 이중 열교환 환기 관련 동영상 보기


필자가 환기와 관련하여 현장의 얘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현장에서는 농가들에게 너무나 방대한 실패를 밥 먹듯이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환기'라는 사고뭉치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현재 일반적인 1세대 무창돈사 구조 하에서는 툭하면 사고를 저지르는 환기라는 괴물을 제대로 제어하려면 깊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최근 농가들이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서 짓고 있는 2세대 무창돈사 구조에서도 환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상태로 설계된 경우 한동안 새집증후군에 시달리게 할 또 하나의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돈사를 리모델링을 하는 농가이든 새로 신축을 하는 농가이든 환경관리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금 당장 짓기 편하고 돈이 적게 들어가는 것만 고집하지 말고 충분히 고민하여 깔끔하고 스마트하게 환기시스템을 디자인할 것을 권한다.

그래서 여러분의 돼지들을 아래 사진 속 돼지처럼 매일 건강하게 살찌울 수 있다면 돼지를 키우는 일이 세상에서 어떤 것보다 큰 즐거움과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카길애그리퓨리나의 영업팀에게는 오래전부터 필자의 경험에서 얻었던 위의 내용에 대해 교육하고 강조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지역의 영업 담당자에게 문의해 볼 것을 권한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돈심보감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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