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장균의 장 부착 무기, '섬모' 아니다
양돈산업과 수의학계에서 관행적으로 혼용해 온 ‘섬모(纖毛)’와 ‘선모(線毛)’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세바코리아가 주최한 세미나(관련 기사)에서 정병열 박사(한국동물용의약품평가연구원)는 대장균성 설사병의 기전을 설명하며, 많은 이들이 대장균의 부착 인자를 ‘섬모’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 '웃지 못할' 실태를 꼬집었습니다. 정 박사는 지난해까지 30여년 동안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재직하며 병원성 세균을 연구한 학자입니다. 한자 발음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선모와 섬모는 ‘누가 가진 털인가’라는 근본적인 지점에서 완전히 갈립니다. 선모(線毛, Fimbriae)는 대장균과 같은 세균의 몸 표면에 돋아난 단백질성 털을 말합니다. 이는 세균이 숙주의 장상피세포에 단단히 달라붙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공격 무기입니다. 정 박사는 이를 우리가 어릴 적 산길을 걸을 때 옷에 달라붙던 ‘도꼬마리’에 비유했습니다. 세균이 장벽에 착 달라붙어야만 비로소 독소를 내뿜으며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때 갈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선모'입니다. 반면 섬모(纖毛, Cilia)는 세균이 아닌 돼지나 사람과 같은 숙주의 호흡기 상피세포 등에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