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만 한 달을 맞이했습니다.
지난달 16일 첫 신고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빠른 신고였습니다. 이후 산발적인 발생이 이어졌습니다만, 지난 3일에 이어 12일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되기 전까지만해도 어쩌면 조기 종식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아닙니다. 야생멧돼지로 ASF 사태가 장기화 국면을 맞이했으며, 한돈산업은 전국화-상재화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바람 앞에 촛불 격입니다.
'돼지와사람'은 일찌감치 일본의 돼지열병(CSF)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돼지열병은 ASF와 분명 다른 전염병이지만,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에서만 발병하고 감염경로나 증상이 유사합니다. 게다가 일본은 돼지열병 백신을 사용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에서의 잠재적인 ASF 양상과 비슷할 것으로 봤습니다.
일본당국은 자국의 돼지열병이 야생멧돼지로 시작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기후현의 양돈장에서 첫 돼지열병 사례가 확진되기 이전부터 주변에서 야생멧돼지의 폐사체가 발견되었지만, 돼지열병 가능성을 생각지 않았고 이의 검사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농장에서 돼지열병이 확진되고 나서야 주변 야생멧돼지에서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일본은 이달 중 일반돼지에 백신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그간 1년여를 백신없이 돼지열병 사태를 종식시키고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감염 멧돼지 때문입니다. 기후현에서 시작된 감염 야생멧돼지는 현재 다른 9개 현으로 확산되어 발견되고 있으며 확인된 것만 최근까지 약 1천3백 두에 달합니다.
그 사이 야생멧돼지를 따라 돼지열병 발병도 확산되었습니다(관련 기사). 6개현 46건의 양성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일본의 돼지열병 발생 경향을 보면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되고, 이어 그 지역 양돈농장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은 81개 농장 14만 6천 두를 땅에 묻어야만 했습니다.
일본의 예방적 안락사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발생농장 인근 역학적으로 하나의 농장으로 볼 만한 농장에 대해서만 예방적 안락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단지이거나 분뇨처리를 함께 하고 있는 예가 대표적입니다.
여하튼 일본의 돼지열병 방역정책은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일본은 돼지열병 발생지역과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을 우선으로 곧 돼지열병 백신 접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1년여 만에 돼지열병 바이러스와 야생멧돼지에 백기를 든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우리나라의 ASF 상황을 매우 빠르게 뉴스를 통해 자국에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매일 정리해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돼지열병 사태는 조만간 끝나지만, ASF는 여전한 잠재 위험요소입니다. 게다가 이웃 나라, 한국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일본은 돼지열병과 같이 ASF 방역에 실패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가 그들의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ASF 발병 이전 우리가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았듯이 말입니다(관련 기사). 돼지열병 방역은 실패해도 백신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ASF는 그렇지 않습니다. 방역에 실패하면 그걸로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