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차단에서 체계적인 제어로" ASF 방역 패러다임 바뀌어야 산다

  • 등록 2026.04.29 00: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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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주최 'ASF 국제 학술 심포지엄' 성료...과학적이고 통합적인 대응 전략 강조, 백신 역할 기대

지난 27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대한민국이 ASF로부터의 위기 탈출을 넘어 청정국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관련 기사). 특히,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국내 기업의 ASF 백신 2종에 대해 수출용 허가를 내준 직후에 열려, 참석자들은 우리 손으로 만든 백신이 향후 ASF 방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차단방역의 구조적 한계와 '원헬스' 기반의 능동적 감시 체계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조나단 슬리만 교수(미국 니네소타대학)는 현재의 농장 단위 차단방역 체계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바이러스의 야생동물 토착화를 막기 위해서는 수의학, 환경학, 공중보건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의 체계적인 감시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단순히 개별 농장 단위에서 울타리를 치고 소독을 강화하는 수준의 차단방역만으로는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장소 역할을 하는 ASF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야생멧돼지 통제를 위한 미끼 백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백신 접종 동물과 자연 감염 동물을 구별할 수 있는 DIVA(감염 항체 감별) 기능이 향후 방역 정책의 핵심이 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바이러스 변이 가속화와 다층적·순환적 방역 시스템의 필요성

중국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한 홍쉔 허 교수(중국과학원)는 "ASF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초기 급성 고병원성주 중심이었던 ASF는 최근 유전자 변형 및 저병원성 변이주가 등장하면서 질병 양상이 매우 복잡해졌으며, 이는 질병이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는 '풍토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허 교수는 "물리적 차단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실시간 감시가 결합된 다층적, 순환적, 지속적인 방역 관리 체계로의 획기적인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가 사료, 차량, 물류, 인적 활동 등으로 다양해진 만큼 방역의 층위도 그만큼 두터워져야 하며, 변이하는 바이러스에 맞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의 CSF 사례가 주는 교훈: 백신 지상주의를 경계하라

사토시 이토 박사(가고시마대학교)는 일본이 겪고 있는 돼지열병(CSF)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ASF 방역에 있어 백신 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일본은 2019년부터 CSF 백신을 전격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육돼지 농장에서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토 박사는 이러한 한계의 핵심 원인으로 야생멧돼지라는 통제 불능의 변수를 꼽았습니다. 일본이 시도한 야생멧돼지용 미끼 백신은 섭취율 저하와 생태적 특성에 가로막혀 방역의 사각지대를 발생시켰습니다. 그는 백신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질병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만능 열쇠'는 아님을 지적하며, "반드시 현장의 생태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데이터 기반 백신 전략을 수립해야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관련 논문).

 

방역 전문 수의사의 리더십과 현장 교육의 힘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공유한 정현규 교수는 "ASF 토착화 단계에서 '방역 전문 수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질병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단순히 법적 지침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현장의 데이터를 읽고 개별 농장에 최적화된 방역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의 리더십이 성패를 가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농장 현장에서의 대응은 '과할 정도의 예방'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농장주와 외국인 근로자 등 현장 인력에 대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만이 1%의 빈틈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예방 비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실제 질병 발생 시 치러야 할 경제적 피해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는 논리는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국산 백신 MEC-01의 혁신적 성과와 야생멧돼지 방역의 비전

중앙백신연구소의 유성식 본부장은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현재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임상시험과 허가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인 ASF 생독백신 'ASFV-MEC-01(이하 MEC-01)'의 실체를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른 주요 시험을 완료한 MEC-01은 유전자 변형이 없는 Non-LMO 백신주(야외 분리)입니다. 세포 계대를 통한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특히 (체외) 배출, (타개체로의) 전파, 병원성 복귀가 없는 '3무(無)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생독백신의 최대 우려 사항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결과입니다. 또한 완벽한 DIVA 기능을 갖추어 국가 방역 시스템 내에서 혼선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유 본부장은 "검증된 MEC-01의 기술적 토대 위에 미끼 제형화 기술을 접합한다면,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관심이 있는 야생멧돼지용 미끼 백신 개발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연자 발표 후 이어진 질의 응답 및 종합토론 시간에서 참석자들은 이번 심포지엄이 역대 가장 짜임새 있고 통찰력을 주는 ASF 관련 학술행사였다 평가하고, 우리 기술이 담긴 백신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ASF 방역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하길 응원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최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이창규 원장은 "ASF는 전 세계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는 고위험 가축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지속적인 위협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현장의 경험과 과학적 지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실질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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