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장균, '섬모' 아니라 '선모' 가졌다

  • 등록 2026.04.21 23: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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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열 박사, 최근 세미나에서 대장균 Fimbriae, 선모가 정확한 해석...구글번역, 논문서도 틀리는 용어, 바로잡아야

양돈산업과 수의학계에서 관행적으로 혼용해 온 ‘섬모(纖毛)’와 ‘선모(線毛)’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세바코리아가 주최한 세미나(관련 기사)에서 정병열 박사(한국동물용의약품평가연구원)는 대장균성 설사병의 기전을 설명하며, 많은 이들이 대장균의 부착 인자를 ‘섬모’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 '웃지 못할' 실태를 꼬집었습니다. 정 박사는 지난해까지 30여년 동안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재직하며 병원성 세균을 연구한 학자입니다.

 

한자 발음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선모와 섬모는 ‘누가 가진 털인가’라는 근본적인 지점에서 완전히 갈립니다. 선모(線毛, Fimbriae)는 대장균과 같은 세균의 몸 표면에 돋아난 단백질성 털을 말합니다. 이는 세균이 숙주의 장상피세포에 단단히 달라붙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공격 무기입니다. 정 박사는 이를 우리가 어릴 적 산길을 걸을 때 옷에 달라붙던 ‘도꼬마리’에 비유했습니다. 세균이 장벽에 착 달라붙어야만 비로소 독소를 내뿜으며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때 갈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선모'입니다.

 

반면 섬모(纖毛, Cilia)는 세균이 아닌 돼지나 사람과 같은 숙주의 호흡기 상피세포 등에 존재하는 구조물입니다. 이는 밖에서 들어오는 먼지나 병원체를 점액과 함께 밖으로 밀어내는 일종의 빗자루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선모가 세균의 ‘공격’을 위한 도구라면, 섬모는 숙주의 몸을 지키는 ‘방어’ 기제인 셈입니다. 따라서 대장균이 섬모를 가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특히 이러한 용어의 혼란은 신생 자돈의 설사병 기전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자돈은 위산 분비가 적어 위 내부 pH가 높고 소화 효소가 부족한데, 이 틈을 타 유입된 세균은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됩니다. 이때 수십억 마리로 불어난 대장균이 각자의 선모(F4, F5, F6, F18, F41 등)를 이용해 장벽에 부착하는 과정이 질병의 핵심입니다.

 

정 박사는 “구글 번역기에 'Fimbriae'를 검색하면 '섬모'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일부 학술 논문에서도 이를 틀리게 적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직선이나 곡선 할 때 쓰는 ‘선(線)’자를 사용해 ‘선모’라고 정확히 표기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확한 용어 정립이야말로 질병을 정확히 이해하고 통제하는 첫걸음이 라는 얘기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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