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 강릉(1.17)과 경기 안성(1.23), 포천(1.24) 소재 양돈장에서 발생한 ASF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유행형이 아닌 해외 유입형으로 확인되면서 방역의 화살이 농가, 특히 외국인 근로자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돼지와사람이 확보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들 3개 발생 농장에서 분리한 바이러스는 모두 지난 '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국내서 유행하고 있는 '유전형 2형(Genotype II)'에 속하는 바이러스입니다. 그런데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포천(58차)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압도적으로 국내 양성 사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IGR-II형'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반면, 강릉(56차)과 안성(57차)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IGR-I형'으로 판명되었습니다. IGR-I형은 앞서 지난 11월 충남 당진(55차) 농장 사례와 동일한 유전형입니다(관련 기사). 당시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네팔 및 베트남 등 해외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 유전형과 일치'합니다.
이는 포천 발생의 경우 농장 주변 오염원(멧돼지)으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고, 강릉·안성의 경우는 멧돼지가 아닌 외부 물품이나 인적 경로를 통해 해외에서 직접 유입되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IGR-I형은 앞서 오래 전에 국내서 2건 확인된 바 있습니다(관련 논문). 지난 '19년 12월 파주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37)에서, 그리고 지난 '23년 3월 김포 발생 농장(31차)에서 말입니다. 당진에 이어 이번 강릉·안성 추가로 IGR-I형 국내 확인 사례는 모두 5건(야생멧돼지 1, 사육돼지 4)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최근 정부가 행정명령(관련 기사)을 통해 오는 2월까지 양돈장 종사자의 숙소 바닥, 개인 소지품(신발, 의복), 냉장고(축산물), 퇴비사 등에 대해 이례적이고 강력한 환경검사를 실시하는 배경이 설명이 됩니다. 농장 종사자 대다수가 '외국인 근로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를 통한 해외 바이러스의 유입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양돈농가들은 적지않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전형이 국내 농가 숙소까지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정부의 국경검역 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증거"라며 "농장 내부를 단속하기에 앞서 국내에 이미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축산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국경검역 시스템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관련해 지난 12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중국·태국 등 수입금지국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유통·판매하는 사이트 797건을 적발하여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도록 조치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수의 전문가 그룹 역시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대상 방역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들은 "감염원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근로자라는 특정 집단의 일탈로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단순한 외부 유입 차단을 넘어 위탁장이나 도축장 등 실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고리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방역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전남 영광 발생 농장(1.24, 59차)에 대한 바이러스 유전형 분석 결과는 현재까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만약 영광 사례마저 IGR-I형으로 확인될 경우, 국경검역 책임론과 농장방역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