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건강이 곧 농장의 경제성: 호흡기 질병 컨트롤의 새로운 기준 CLP

  • 등록 2026.04.08 21: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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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코리아 양돈기술지원 팀장 박새암 (saiam.park@ceva.com)

본 글은 2026년 3월 26일, '호흡기 질병 컨트롤의 새로운 기준, CLP'를 주제로 진행된 세바코리아 웨비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당일 진행된 웨비나 영상 시청을 원하시는 분은 세바코리아 카카오톡 채널 또는 이메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돈 현장에서 흉막폐렴은 흔히 비육구간에서의 급성 폐사와 심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인식된다. 출하 직전까지 정성스레 키운 돼지가 갑작스럽게 폐사하는 증상은 현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본 기고에서는 농장 경영의 관점에서 실제로 더 큰 부담은 눈에 띄는 폐사 그 자체보다 만성 폐병변이 남기고 가는 지속적인 생산성과 수익 저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흉막폐렴과 만성 호흡기 질병에 시달린 비육돈들은 일당증체량이 감소하며, 사료 효율이 떨어지며 당연하게도 그간 아팠던 돼지들은 출하 일령이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육돈사의 회전율 저하는 끊임없는 밀사 환경을 만들고, 농장의 위생 수준을 떨어트리면서 반복적인 수익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이런 변화는 단기간에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장 전체의 성적과 수익성에 적지 않은 손실로 누적되고 농장 규모가 클수록 그 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흉막폐렴 관련 병변은 도축 성적 저하와도 연결될 수 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흉막폐렴성 병변이 확인된 돼지에서는 평균 도체중이 2.29kg, 정육량이 1.43kg 감소한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개체 단위로 보면 크지 않은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출하 두수가 많은 농장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누적되면서 결국 손익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흉막폐렴은 단순한 치료 대상 질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생산성과 수익성을 함께 좌우할 수 있는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손실이 농장 안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흉막폐렴이 유발하는 급성 폐사 또한 큰 문제이지만, 만성 폐병변이 남긴 출하 지연, 증체 저하, 사료 효율 악화는 매우 서서히 누적되기 때문에 놓치기 쉽다. 따라서 흉막폐렴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이나 경험에만 의존하기보다, 도축장에서 실제 병변을 확인하고 이를 수치화해 해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CLP는 매우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CLP는 도축장에서 폐병변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농장의 호흡기 건강 상태를 수치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흉막폐렴 유사 병변의 발생률과 병변 정도를 함께 반영함으로써 농장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단순히 폐가 좋다, 나쁘다는 인상적 판단을 넘어, 어느 정도 수준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실제로 유럽의 대형 양돈조합에서는 CLP를 돈군 건강 관리를 위한 핵심 도구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총 470개 농장, 2,227회 배치검사, 74,162개 폐를 대상으로 CLP 평가가 이루어졌다. 이는 제한된 시험 조건에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실제 국내 양돈 현장에서 출하된 돼지의 폐를 바탕으로 축적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데이터는 국내 양돈 현장의 호흡기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흉막폐렴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의 부담을 보다 현실적으로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2025년 덴마크 민간 농업연구소 SEGES에서는 CLP를 통해 흉막폐렴과 비육 농장의 수익성을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흉막폐렴 지수가 높아질수록 생산 가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으며, 지수 1.0 증가당 두당 평균 5.10유로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흉막폐렴 병변이 단순한 병리 소견에 그치지 않고, 실제 농장 수익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1유로를 단순 환율로 환산하면 국내에서는 대략 두당 8,000~9,000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와 유럽의 생산 환경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확실한 무리가 따른다. 국내는 유럽에 비해 사료비와 생산비 부담이 높고, 출하 지연에 따른 기회 손실 또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 연구 자료 기반 환산 모델로 해석하면, 흉막폐렴 지수 1.0은 국내 기준 두당 약 16,800원의 손실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는 환산 모델에 근거한 추정된 값으로, 실제 손실 규모는 농장별 생산 구조와 경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점은 흉막폐렴 병변의 차이를 단순한 점수 차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경영 손실과 연결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환경과 사양 조건에서 흉막폐렴 백신만 달리 적용해 비교한 흥미로운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자료에서 코글라픽스 접종군은 폐사율이 가장 낮았고, 일당증체량은 가장 높았으며, CLP 평가에서 확인된 흉막폐렴 지수 역시 0.13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물론 이 결과만으로 모든 농장에 동일한 결론을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백신 선택이 실제 현장 성적과 폐병변 수준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점은 흉막폐렴 혹은 기타 호흡기 질병으로 인한 폐병변 지수가 CLP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수 있고, 이러한 폐병변의 차이가 생산 성적의 차이로 이어지며 결국 손실 규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를 종합하면, 보다 적절한 백신 선택을 통해 두당 약 1만 5,000원에서 2만 2,000원 수준의 손실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접종 비용까지 함께 감안하면, 투자 대비 수익은 약 1:10 수준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백신 비용은 단순한 지출로만 보기보다, 더 큰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지키기 위한 투자로 바라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관성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과 그에 따른 간접 손실이, 경우에 따라서는 백신을 통한 예방 비용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증상이 심한 개체를 적절히 치료하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농장 전체에 누적되는 손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도축장에서 확인되는 폐병변을 수치로 읽고, 이를 농장 성적과 연결해 해석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예방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CLP는 단순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넘어, 질병 관리와 경영 판단을 연결해 주는 도구로 볼 수 있다.

 

흉막폐렴은 비육 밀도가 높은 국내 사육 환경에서 더 이상 특별한 질병이 아니며, 생산성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이 질병을 급성 폐사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농장에 상재화된 만성 손실의 관점에서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손실은 데이터로 확인되어야 하고, 그 데이터는 다시 예방 전략의 보완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건강한 폐를 지킨다는 것은 질병을 줄이는 일을 넘어, 농장의 생산성과 수익을 함께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 참고문헌

  1. Christiansen et al. Proc. ESPHM, 2025.
  2. Kim et al. Proc. APV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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