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수용”… 축산물유통법 제정 갈림길에 선 한돈산업

  • 등록 2025.12.11 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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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림案, 거래가격 상시조사·공개 근거까지 명시… 기준 없는 ‘도매시장 활성화’로는 정부 견제 어려워

한돈협회가 이른바 축산물유통법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조건부 수용·절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 원안에 포함됐던 제15조(거래가격 보고·공개 조항)를 조정하고, 법률에 ‘도매시장 지원·활성화’ 근거를 포함시키는 수준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당 문대림 의원이 새롭게 발의한 ‘축산물의 유통 및 가격 관리에 관한 법률안(관련 기사)’의 구조를 뜯어보면, 이러한 절충이 실제 방어장치로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문 의원안은 생산자·유통업자 간 실거래 가격을 법률상 상시 실태조사 대상에 명시하고, 농식품부 장관이 그 결과를 영업비밀 범위를 전제로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8조).

 

이 같은 체계 아래에서는 한돈협회가 “제15조를 뺐다”고 내세우는 성과가 과연 실질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입니다. 

 

협회는 또 다른 성과로 “유통법 안에 도매시장 지원·활성화 근거를 넣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매시장에 대한 법적 지원근거를 명시해 두면, 향후 도매시장 활성화를 통해 가격 대표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정작 ‘도매시장 활성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축산 정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통상적으로 “가격 발견 기능을 하려면 최소 20% 이상은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거래돼야 한다”는 수준이 언급되지만, 현재 한돈의 도매시장 비중(제주 제외 2%대)을 생각하면 그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럼에도 협회 내부에서는 “2~3% 수준이어도 대표성이 있다. 비중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는 취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도매시장 활성화 근거 조항’은 두되, 구체적인 목표·평가 기준 없이 농식품부가 도매시장을 문제삼지 않기만을 기대하는 구조로 귀결될 위험이 큽니다. 사실상 도매시장 비중과 대표성 판단 기준을 정부 해석에 맡기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농식품부가 법률을 통해 거래가격 상시조사 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한국축산유통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구상까지 병행하고 있는 점도 한돈 농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한돈업계 일각에서는 “거래가격 보고·실태조사 권한에 더해 유통진흥원 설립 근거까지 결합하면,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을 물가관리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한편 한돈협회 역시 내부적으로 여러 보완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러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돈산업 내부의 선제적 기준 정립과 정부와의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도매시장 활성화 목표치와 평가 기준, 도매시장의 대표성이 부족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대체 대표가격 산출 방식, 거래가격 상시조사가 현장에 미칠 구체적 영향과 이에 대한 보완 장치 등에 대해 농식품부와 사전에 합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한돈산업 관계자는 “한돈협회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축산물유통법이 한돈산업 전반의 가격 구조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문구 조정이나 원론적 ‘도매시장 활성화’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농가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보완책과 안전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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