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가 지난달 13일 이후 어제(15일)까지 어느덧 한 달을 넘긴 가운데 무안 돼지농장 양성 건으로 자칫 장기화 내지는 추가 확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번 무안 돼지농장 구제역 발생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구제역은 2년 전 청주·증평 사례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첫 발생(3.14) 이후 긴급예방접종이 신속하게 완료된 가운데 열흘 동안(~3.23) 영암·무안의 방역대(3km) 내의 소 사육농장(발생건수 14건, 농장 16호)에서만 발생했으며, 이후 이달 9일까지 추가 발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오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방역대 해제를 위한 검사 과정에서였습니다. 11일과 14일 무안 돼지농장 5곳에서 연달아 구제역 양성이 확인되었습니다(11일 15-16차, 14일 17-19차). 이들 농장은 전형적인 '무증상 돌파감염'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백신접종이 누락없이 양호하게 실시되었지만(항체양성률), 일부 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입니다(감염). 임상증상도 없었고 감염(NSP)항체도 없어 감염 초기 단계에서 확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역당국은 이들 돼지 양성농장에 대한 살처분 대응을 다르게 했습니다. 11일 양성농장 2곳 돼지(15차 5223두, 16차 1736두)는 앞서 지난달 16일 무안 첫 발생농장(5차, 한우 88마리)과 마찬가지로 전 두수 살처분을 실시하였습니다. 현행 SOP 규정(시군 내 최초 발생 농장에 대해서 전 두수 살처분)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돼지에서 바이러스 항원이 처음 검출된 점과 바이러스 확산 방지 등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적 방역조치 차원으로 해당 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14일 양성농장 3곳 돼지에 대해서는 다음날인 15일 오후 늦게까지 살처분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했습니다. 오후 6시가 다 되서야 '양성축에 한해 선별 살처분'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번에는 SOP 규정을 따랐습니다. 4일 사이 방침이 전격 바뀐 것입니다.

농식품부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특성상 일부 농장에서 잔존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으나, 긴급 백신접종 완료 후 면역형성기간(2~3주)이 경과하여 최근 추가로 확인된 양돈농가(3호)는 임상증상이 없었고 면역항체 수준과 방역대외 추가 발생이 없었던 점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농가피해 최소화를 위해 양성축에 한해 선별적으로 살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양성축 선별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파악된 양성축은 3곳 농장 모두 합쳐 10마리에 불과합니다.
누가 봐도 오락가락한 결정입니다. 설명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11일 양성농장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 두수 살처분을, 14일 양성농장에 대해서는 농가 피해 최소화를 이유로 선별 살처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선별 살처분이 적용될 돼지 양성농장 3곳이 당분간 바이러스 오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살아남은 양성돼지는 바이러스 배출원이 될 것입니다. 소와 비교해 돼지의 경우 구제역에 감염 시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배출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른 농장으로 2차 전파가 높은 상황입니다.
방역당국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알아서 잘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메시지만 전하고 있습니다.
최정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과거와는 달리 발생농장에 대한 전 두수 살처분(시군 최초 발생농장은 제외)이 아닌 양성개체만을 선별하여 살처분하고 있으므로 순환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축산농장 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축산농가 스스로가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의식을 가지고 농장 내외부를 수시로 소독하고, 축사 출입 시 전용 방역복 착용, 장화 갈아 신기 등 차단방역 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문제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무안 돼지 양성농장에 바이러스를 제공(?)한 '원발농장'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암의 기존 소 양성농장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이들 농장에서 감염항체가 검출된 바 없는 것으로 보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한 산업 관계자는 "돼지농장에서의 구제역을 오랜 만에 경험한 방역당국이 아무래도 도박수를 던진 듯 보인다"라며, "소 사육농장 구제역 대응처럼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추가 발생으로 이어져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