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콘텐츠는 다비육종의 기술정보지 '다비퀸 2026년 7월호'의 일부입니다. 다비육종의 허락 하에 게재합니다. -돼지와사람]
지난 6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열린 제28차 국제돼지수의학회(IPVS 2026)에 다녀왔다.
IPVS는 전 세계 양돈 수의사와 연구자, 기업 관계자가 모여 질병, 번식, 영양, 동물복지, 사양관리와 생산기술을 폭넓게 논의하는 대표적인 국제학술대회다. 이번 학회는 아시아에서 개최된 만큼 베트남을 비롯한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참석자가 많았지만, 유럽과 북미의 연구자와 현장 전문가도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학회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화두는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었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는 아직 ASF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농장에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순간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ASF는 단순한 질병 문제가 아니라 농장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국내 제약회사의 ASF 백신 관련 연구 발표에도 많은 참석자가 관심을 보였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아시아 양돈산업이 백신 개발과 현장 적용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 제주 IPVS에 처음 참석했을 때와 비교해 한국 양돈수의학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국 기업의 발표에 해외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내 양돈산업의 경험과 기술이 국제적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ASF뿐 아니라 돈군 건강관리, PRRS 진단과 모니터링, 디지털 방역, 항생제 사용 절감, 번식, 초유 관리, 정밀 사양 등 다양한 주제가 발표됐다. 그중 다비육종 고객 농장에서 바로 점검하고 적용해 볼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초유가 자돈의 첫 번째 방패다
첫 번째는 ‘초유’다. 초유는 포유자돈이 태어난 직후 얻게 되는 첫 번째 면역이자 에너지원이다. 돼지는 태반을 통해 모체의 항체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생 후 초유를 통해 면역글로불린을 섭취해야 한다. 초유 섭취가 부족하면 생후 초기 저체온, 활력 저하, 설사와 폐사 위험이 커지고, 이후 자돈사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신생자돈이 적어도 250~300g의 초유를 섭취해야 안정적인 면역과 초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장 연구에서 평균 초유 섭취량은 약 400~420g이었지만, 전체 자돈의 25% 이상은 권장량인 300g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생시체중 1kg 미만의 자돈, 총산자수가 많은 모돈, 분만 후반부에 태어난 자돈, 분만시간이 길어진 복에서 초유 부족 위험이 높았다.
초유는 ‘많이 나오는 것’만큼 ‘품질’도 중요하다. 초유 품질은 BRIX 굴절계를 이용하면 농장에서도 비교적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발표 자료에서는 BRIX 25 이상을 양호한 초유의 기준으로 제시했으며, 조사 농장에서는 BRIX 25 미만의 저품질 초유가 적지 않게 확인됐다.
농장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분만 후 3시간 이내에 일부 모돈의 초유를 채취해 BRIX를 측정하는 것이다. 설사가 많은 농장에서는 한번 분만이 농장의 초유 품질을 점검해 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BRIX가 반복적으로 낮은 농장이라면 분만 전 사료섭취, 모돈 체평점과 등지방, 음수량, 분만 유도 방식, 장시간 분만 비율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자돈 관리도 위험군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1kg 미만 자돈, 분만 개시 후 4시간 이상 지나 태어난 자돈, 16두 이상 다산 모돈의 자돈은 우선관리 대상으로 지정한다. 체온을 먼저 회복시킨 뒤 초유를 먹이고, 필요하면 분할 포유를 실시해 작은 자돈이 유두를 확보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초유를 잘 먹이자’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생시체중, 출생순서, 24시간 체중과 폐사 원인을 기록하면 농장별 초유관리의 취약점을 찾을 수 있다.
포유자돈 설사를 줄이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돈이 충분한 양과 품질의 초유를 제시간에 섭취했는가 하는 점이다. 초유관리는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이 아니라, 기록과 관찰의 수준을 높이는 관리기술이다.
PRRS는 더 자주, 더 다양하게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PRRS 모니터링과 차단방역이다. PRRS는 한 번 농장에 유입되면 번식성적 저하와 자돈 폐사, 성장지연을 장기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농장 안에서 조용히 순환하거나, 검사 시점과 시료에 따라 감염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학회에서는 ‘더 자주, 더 간편하게, 여러 시료로 확인하는 감시체계’가 강조됐다.
덴마크에서는 혈액검사뿐 아니라 거세액, 구강액, 분뇨 슬러리 등 비침습적 시료를 이용한 PRRS 감시가 소개됐다. 자돈사에서는 혈청, 구강액과 슬러리 검사 결과가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러한 시료는 개체를 일일이 보정하지 않아도 되고 반복검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경이나 슬러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농장이 완전히 음성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병원체는 돈사 안에서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채취 위치, 시료 수, 주기와 검사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농장 상태에 따라 시료를 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번식돈군은 혈액과 거세액을 중심으로 보고, 자돈사와 비육사는 구강액, 허럴 시료, 환경 시료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폐사자돈 허럴 시료는 PRRS와 인플루엔자 순환을 돈군 감염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소개됐다.
공기 전파를 줄이기 위한 팬 커버와 필터 관련 발표도 있었다. PRRS 발생농장의 배기팬에 임시 커버를 설치해 바이러스가 포함될 수 있는 입자의 외부 확산을 줄이려는 시도다. 다만 커버나 필터는 환기량을 떨어뜨리고 돈사 내 온도와 습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환기량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모든 농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발생 농장, 종돈장, 주변 농장 밀집지역 등 위험도가 높은 조건에서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방역의 성패는 사람과 차량의 실제 동선에서 결정된다
세 번째는 ‘사람과 차량의 실제 움직임’을 관리하는 디지털 방역이다. 방역수칙이 잘 만들어져 있어도 작업자가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한 PRRS 발생 농장에서 1만1천 건이 넘는 작업자 이동을 디지털로 기록한 결과, 전체 이동의 28.3%가 정해진 방역동선에 맞지 않았다.
특히 비육사에서 임신사나 분만사로 이동하는 역방향 동선이 주요 위험이었고, 특정 작업자 한 명이 전체 누적 위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위반은 오전 작업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많았다.
이 연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같은 교육을 반복하는 것보다 어느 작업자가, 언제, 어떤 동선에서 방역수칙을 어기는지를 찾아 바로잡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농장 입구와 돈사별 출입구에 QR코드나 전자 기록 장치를 설치하면 작업순서와 역방향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농장이나 여러 농장을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사람뿐 아니라 사료차, 출하차, 분뇨차의 이동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출하대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운전자가 농장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농장 직원과 운전자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출하된 돼지가 다시 농장 안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단방향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운전자 전용 장화와 작업복을 준비하고, 출하차량은 세척과 소독뿐 아니라 완전한 건조까지 확인해야 한다. ASF와 PRRS 모두 ‘한 번의 예외’가 농장 전체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은 방역에서 시작된다
이번 IPVS 2026을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은 지속가능한 양돈의 출발점이 방역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유전능력, 우수한 사료, 최신 시설과 세밀한 사양관리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방역 허점으로 질병이 유입되면 그동안 쌓아온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방역은 거창한 시설투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유 BRIX를 측정하고, 생시체중이 작은 자돈을 먼저 관리하며, 농장 상태에 맞는 시료로 PRRS를 자주 확인하는 것, 직원과 차량의 이동순서를 기록하고 출하대 경계를 지키는 것 모두가 방역이다. 중요한 것은 수칙을 만들어 놓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농장 경쟁력은 더 많은 약품을 사용하는 데 있지 않다. 질병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고, 들어온 질병을 더 일찍 발견하며, 약한 자돈을 더 빠르게 찾아 관리하는 농장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 얻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다비육종 고객 농장의 생산성과 질병 안정성을 높이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