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축산박람회 ‘EuroTier 2026(유로티어 2026)’을 앞두고 올해를 대표할 축산 신기술들이 공개됐습니다(관련 기사).
유로티어를 주관하는 독일농업협회(DLG)는 올해 출품된 기술 가운데 176개를 혁신기술로 인정하고, 이 가운데 4개 기술에 금상, 27개 기술에 은상을 수여했습니다. 양돈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카메라를 이용한 개체 행동 분석에서부터 돈사 청소 자동화, 분뇨 배출가스 저감, 자돈 사료섭취 촉진, 번식관리까지 다양한 기술이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올해 수상작에서는 단순히 농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를 넘어 동물의 행동을 AI가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시설을 스스로 제어하는 기술, 사람이 직접 수행해 온 고강도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이 눈에 띕니다.
[금상] 돼지가 분만사 환경을 바꾼다…‘Smart Farrowing Pen’
WEDA Dammann & Westerkamp와 VetVise가 공동 개발한 ‘Smart Farrowing Pen(스마트 분만사)’은 올해 금상을 받은 4개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카메라와 AI가 모돈과 자돈의 행동을 24시간 분석하고 이를 분만사의 환경·급이 시스템과 직접 연결한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영상이나 센서를 이용해 돼지 행동을 파악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설 설정을 변경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Smart Farrowing Pen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AI가 실시간 행동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돈 보온구역의 온도나 모돈의 급이곡선 등을 자동으로 조정합니다. 사람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한 뒤 설정값을 바꾸는 과정 자체를 자동화한 것입니다.
DLG는 이를 두고 동물 행동이 사육환경 제어에 직접 반영됨으로써 사실상 동물이 자신의 환경을 간접적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 사람이 대응하는 ‘반응형’ 관리에서 동물의 행동 변화를 바탕으로 미리 환경을 조정하는 ‘능동형’ 관리로 발전했다는 의미입니다.
[금상] 사람이 치우던 돈분, 기계가 알아서…‘Pig-Barn-Cleaner’
Peter Prinzing의 ‘Pig-Barn-Cleaner’도 금상을 차지했습니다. 바닥이 막힌 돈방이나 운동장의 분뇨를 자동으로 제거하는 시스템입니다.
동물복지형 돈사처럼 고형바닥 면적이 넓은 시설에서는 돼지가 특정 공간에 배분하면서 사람이 직접 분뇨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력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청소 과정에서 작업자와 돼지가 접촉하면서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Pig-Barn-Cleaner는 이동식 칸막이를 이용해 돼지를 청소할 구역에서 부드럽게 이동시킨 뒤 방사형 브러시 방식의 청소장치가 해당 공간을 자동으로 청소합니다. 모아진 분뇨는 별도의 탱크에 담긴 뒤 지정된 지점에서 배출됩니다.
결국 돼지를 이동시키는 과정부터 분뇨 수거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이뤄집니다. DLG는 개별 돈방의 고형바닥 분뇨를 이처럼 완전히 자동으로 제거하는 시스템이 기존에는 없었다며 노동력 절감뿐 아니라 위생 개선과 배출가스 저감, 작업자와 돼지의 안전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은상] 자돈 보온등의 화재·누전 위험 줄인다…‘ATX AluXheat’
ATX Suisse의 ‘ATX AluXheat’는 분만사 자돈 보온구역에 사용하는 전기식 적외선 난방장치입니다.
전기 난방은 개별 제어가 쉽고 돈사 지붕의 태양광 발전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습기가 많은 돈사 환경에서는 누전과 단락, 과열에 따른 화재 위험이 항상 뒤따릅니다.
이 제품은 전기 부품을 밀폐형 알루미늄 하우징 내부에 넣어 습기와 돈사 내 부식성 가스,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합니다. 전기적 결함이나 단락이 발생했을 때 주변 가연물로 불이 옮겨붙는 위험을 줄이는 구조도 적용했습니다.
특히 IPX9 수준의 방수 구조를 적용해 고압세척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자돈의 보온뿐 아니라 세척·소독이 반복되는 분만사의 특성을 고려해 안전성과 위생, 내구성을 동시에 개선했다는 평가입니다.
[은상] 슬러리 면적 줄이고 바닥 아래 공기까지 뽑는다…‘SpaceKit Slurry Cassette’
ACO Funki와 Space Systems가 공동 개발한 ‘SpaceKit Slurry Cassette’는 돈사 아래 슬러리 피트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메탄, 악취를 줄이기 위한 기술입니다.
기존 돈사에서는 분뇨가 슬러리 채널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넓은 표면이 공기에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합니다.
SpaceKit은 깔때기 형태의 모듈을 슬러리 채널에 설치해 분뇨가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공기에 노출되는 표면적도 작게 만듭니다. 여기에 깔때기 가장자리의 바닥 아래 공기추출 시스템을 결합해 슬러리에서 발생하는 공기를 직접 포집하고 필요할 경우 배기 정화시설로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분뇨를 더 자주 배출하면서 발생원 자체를 줄이고, 남은 가스는 바닥 아래에서 포집하는 이중 구조입니다. 덴마크의 운동장이 설치된 분만돈사에서 실시한 초기 비교 측정에서도 배출 저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DLG는 밝혔습니다.
모듈형이어서 기존 돈사에도 개조 설치가 가능하며 비육돈사뿐 아니라 모돈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은상] 초유·모유의 ‘냄새 신호’로 자돈에게 사료 먹인다…‘Weanex NEO’
HTBA(HealthTech BioActives)의 ‘Weanex NEO’는 자돈의 후각에 주목한 제품입니다.
기존 자돈 사료섭취 촉진 기술이 향미제나 감미료, 기호성이 높은 원료 등을 이용해 사료 자체를 맛있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Weanex NEO는 자돈이 태어날 때부터 경험하는 모체의 냄새를 이용합니다.
태반과 초유, 모유에 존재하는 천연 휘발성 물질과 유사한 감각 신호를 사료에 적용해 자돈이 고형사료를 보다 일찍 탐색하고 섭취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물체나 먹이에 대한 자돈의 두려움, 즉 ‘네오포비아(neophobia)’를 낮춰 모유에서 고형사료로 넘어가는 과정을 돕는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네오헤스페리딘 디하이드로칼콘을 첨가해 기호성을 높이고 다른 기능성 원료가 가진 불쾌한 맛을 가리는 기능도 더했습니다. DLG는 조기 고형사료 섭취가 이유 과정의 적응과 이후 성장, 복의 균일도 및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은상] 동애등에 오일·홉·에센셜오일로 자돈 장 건강 관리…‘IN-Force S’
VILOFOSS의 ‘IN-Force S’ 역시 자돈을 대상으로 개발된 사료 제품입니다.
이유 전후 자돈은 사료 변화와 섭취량 감소, 미성숙한 소화기관 등의 영향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과 장벽 기능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IN-Force S는 라우르산이 풍부한 안정화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 오일에 홉에서 추출한 활성물질과 쓴맛 성분, 선택된 에센셜오일을 조합했습니다. 서로 다른 지질성·식물성 성분을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급여할 수 있도록 분말화한 것도 특징입니다.
통제된 시험관 내 실험에서 음성대조군과 비교해 미생물 수가 95% 감소했으며, 초기 자돈 사양시험에서는 사료요구율 개선과 치료가 필요한 돼지수 감소 가능성도 나타났습니다.
DLG는 곤충 사육에서 얻어진 원료가 지속가능한 축산사료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은상] 카메라가 돼지 꼬리를 보고 ‘꼬리물기’를 미리 경고…‘PigTail’
WEDA의 ‘PigTail’은 대군 사육 돼지의 꼬리 상태를 AI로 자동 판별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자동선별기는 돼지가 통과할 때 체중에 따라 개체를 분류할 수 있지만 수백 마리 돼지의 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사람이 하기 어려운 작업입니다.
PigTail은 자동선별기에 상부 카메라를 설치하고 돼지가 통과할 때마다 꼬리를 촬영합니다. AI는 축적된 이미지와 비교해 정상적인 말린 꼬리가 유지되고 있는지, 꼬리물기나 꼬리 괴사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개체별로 판단합니다.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농장에서는 본격적인 꼬리물기가 돈군 전체로 확산하기 전에 추가 놀이·탐색재를 제공하거나 위험 개체를 분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출하를 앞두고 정상 꼬리를 유지하고 있는 돼지의 숫자를 자동 집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동물복지 상태를 사람이 간헐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에서 AI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방식으로 바꾼 기술입니다.
[은상] 침지부터 세척·소독까지 로봇 하나로…‘MS Smart Cleaning Robot’
MS Schippers의 ‘MS Smart Cleaning Robot’은 양돈장에서 가장 힘든 작업 가운데 하나인 돈사 수세와 소독을 자동화했습니다.
고정된 경로만 움직이는 단순 세척장비와 달리 고정밀 3D LiDAR 센서를 이용해 돈사의 구조를 스스로 인식합니다. 별도의 복잡한 프로그래밍 없이 통로와 돈방을 구분해 작업할 수 있습니다.
최대 5.5m까지 늘어나는 세척 암을 이용해 깊은 군사돈방까지 접근할 수 있으며, 세척 노즐의 압력도 자동 조절합니다. 천장까지 세척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의 장비가 △화학제를 이용한 사전 침지 △물 세척 △소독의 세 단계를 연속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향후에는 AI와 카메라를 이용해 청소 후 남아 있는 오염 부위까지 찾아내는 기능도 추가할 계획입니다.
DLG는 이를 통해 노동 강도를 낮추는 동시에 작업자의 세척 에어로졸과 소독제 노출을 줄이고 보다 일정한 수준의 돈사 위생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은상] 수퇘지 페로몬으로 번식 자극…‘ReproScent’
우리나라 기업인 SOLOMON의 ‘ReproScent Series’도 은상을 받았습니다. 소와 돼지, 염소 등에 적용하는 비침습적 번식 생체자극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발정동기화나 배란유도를 위해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ReproScent는 종별 수컷 페로몬을 이용해 자연적인 번식 반응을 유도하는 접근법입니다.
휘발성 수컷 페로몬을 디퓨저나 스프레이로 노출시키면 코 안의 화학적 신호 감지기관인 서골비기관(vomeronasal organ)이 이를 감지하고 시상하부의 신호전달 경로를 자극해 체내의 내인성 호르몬 신호를 유발하는 원리입니다. 돼지에서는 수태율 향상과 생존산자수 증가 효과가 관찰됐습니다.
호르몬을 직접 투여하거나 수퇘지와 물리적으로 접촉시키지 않고 번식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주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스트레스와 작업자의 노동 부담을 줄일 가능성도 장점으로 평가됐습니다.
[은상] 깔짚 먼지를 발생하기 전에 잡는다…‘Strohmatic AERO Dust Control’
Schauer Agrotronic의 ‘Strohmatic AERO Dust Control’은 동물복지형 돈사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 짚 깔짚의 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짚이 돈방으로 투입된 뒤 발생한 먼지를 환기·집진하거나 돈방에서 오일을 분사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습니다. 이 경우 이미 먼지가 발생한 뒤 처리해야 하고 오일 소비량과 청소 부담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접근법을 바꿔 짚이 배관을 통해 돈방으로 이동하기 전에 중앙부에서 소량의 오일을 미리 분사합니다. 센서가 짚의 이동을 감지했을 때만 오일을 분무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돈방마다 별도의 오일 저장탱크와 복잡한 배관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돈방 벽이나 바닥에 오일이 달라붙는 문제도 줄일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형 사육 확대와 함께 깔짚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작업환경과 호흡기 건강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입니다.
[은상] 액상급이 탱크 정비도 ‘사람 중심’으로…‘WEDA QEW’
WEDA의 ‘QEW’는 액상급이 시스템의 혼합탱크를 개선한 제품입니다.
기존 액상급이 탱크는 교반기나 하부 베어링을 정비하기 위해 작업자가 탱크 위에서 접근하거나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 작업이 어렵고 안전사고 위험도 있었습니다.
QEW는 탱크 하단에 압력에 견디는 대형 점검구를 설치해 작업자가 바닥 높이에서 내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반기 축의 하부 베어링도 분할형 브래킷 구조로 변경해 무거운 교반축과 모터·기어를 통째로 들어 올리지 않고 옆으로 빼낼 수 있습니다.
탱크의 원뿔 구조와 교반장치도 개선해 액상사료의 흐름과 혼합 균일성을 높이고 탱크 벽면에 사료가 침착되는 것을 줄였습니다. 화려한 AI 기술은 아니지만 농장에서 반복되는 정비작업의 안전성과 편의성, 급이시스템 가동률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은상] 농장관리자의 ‘눈과 경험’을 AI로 확장…‘BarnBuddy’
VetVise의 ‘BarnBuddy’는 돼지뿐 아니라 가금과 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카메라 기반 AI 가축·건강관리 시스템입니다.
카메라가 동물의 사료섭취 행동과 활동량, 돈방 내 분포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질병이나 사육환경 이상 가능성을 조기에 찾아냅니다.
특징은 단순히 ‘이상이 있다’는 경보를 보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생성형 AI가 수집된 데이터에 수의·축산학 정보를 결합해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제시합니다. 35개 언어를 지원하며 돈사의 환경제어 컴퓨터와도 직접 연결할 수 있습니다.
농장주의 경험에 의존했던 ‘관찰→판단→조치’ 과정 가운데 상당 부분을 AI가 지원하는 셈입니다.
AI·로봇·동물행동·환경…양돈기술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유로티어 혁신상에서 확인되는 양돈기술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카메라와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최첨단’이라고 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AI가 돼지의 행동과 상태를 해석하고, 그 결과를 급이·온도·시설 제어로 연결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돈사 청소와 분뇨 제거 같은 고강도 작업은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자돈이 본능적으로 인식하는 모체의 냄새를 사료섭취에 활용하거나 수컷 페로몬을 번식관리에 적용하는 등 돼지의 생리와 행동 자체를 기술의 출발점으로 삼는 접근도 눈길을 끕니다.
분뇨와 암모니아·메탄·악취 저감, 깔짚 먼지 관리, 전기 보온장치의 화재 안전성처럼 환경과 작업자 안전을 함께 개선하려는 기술도 이번 수상작의 또 다른 축입니다.
결국 미래 양돈기술의 경쟁은 단순히 ‘자동화 장비를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가 아니라 돼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관찰하고, 그 정보를 실제 사양관리와 시설 제어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번 ‘EuroTier 2026’은 오는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독일 하노버 전시장(Hanover Exhibition Centre)에서 열립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Intelligence in animal farming’으로, 세계 각국의 축산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축산과 사양관리, 동물복지, 사료, 환경·분뇨처리 등 최신 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