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축산단지에 이전과는 다른 형태가 등장했습니다. 여러 축산농가를 한곳으로 이전·집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이 대규모 사육시설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16일 강원 태백시를 '2026년 스마트축산단지조성사업'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계란 생산·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 '가농바이오'가 이전해 오는 2031년까지 45ha 규모의 스마트산란계단지를 조성합니다.
사업비는 4,839억원. 이 가운데 기업의 자부담 및 융자가 4,579억원에 달합니다. 완공되면 하나의 기업이 산란계 320만 마리를 사육해 하루 186만 개, 국내 하루 계란 생산량의 약 3.7%를 생산하게 됩니다.
이번 사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규모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스마트축산단지는 여러 개별 농장을 일정 지역으로 이전·집적화하고 분뇨처리와 방역, 환경시설 등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태백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하나의 민간기업이 대규모 생산기지를 조성하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가 구체화됐습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7월 하림, 농심, 오뚜기, 대상, 풀무원, 동원, 참프레 등 식품·축산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산란계단지 투자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간담회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자체가 대규모 축산이 가능한 지역을 발굴하고 투자할 기업과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태백 사례는 우연히 대형 산란계농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과는 다르게 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농식품부는 이번 사업의 정책적 효과로 '계란 수급 및 가격 안정'과 '식량 자급률 제고'를 명시했습니다. HPAI 살처분과 폭염, 사육면적 기준 강화 등에 따른 생산 불안을 대규모 생산기반 확충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재식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태백의 스마트축산단지 사업자 선정은 우리 계란 산업의 미래 도약을 향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향후 태백시가 계란 관련 생산, 가공, 유통, 연구개발(R&D), 전문인력 육성, 인공지능 기반 완벽 방역 관리 체계 운영 등 세계적 최첨단 계란 산업의 클러스터로 도약하도록 필요한 지원과 컨설팅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한돈?
한돈산업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현재까지 농식품부가 대기업의 양돈업 진출을 유도하거나 대규모 기업농을 통해 돼지 사육두수를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없습니다. 따라서 산란계에서 나타난 변화가 그대로 한돈산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돼지고기도 계란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주요 물가관리 품목인 데다 ASF와 구제역 등 질병에 따른 공급 불안 가능성을 안고 있습니다. 환경·방역 기준과 동물복지 요구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산란계에서 선택한 '지자체가 부지를 찾고 정부가 제도와 기반을 지원하며 대규모 민간자본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방식'이 향후 다른 축종의 수급안정 정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여러 농가를 모은 것이 아니라 한 기업이 320만 마리를 사육하는 생산기지가 정부 사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아직 정부는 '다음은 한돈'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돈농가 입장에서는 이번 태백 스마트산란계단지가 예외적인 한 번의 사업인지, 아니면 정부가 생각하는 미래 축산물 생산기반의 새로운 모델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