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게 백신을 놓는다면 주사침을 이용한 근육접종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오랫동안 국내외 양돈현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해 온 방법입니다. 그런데 최근 주사침 없이 피부에 백신을 투여하는 '무침 피내접종'이 새로운 선택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한국히프라(사업부문장 노상현)는 지난 8일 대전 호텔인터시티에서 '피내용 무침접종, 현장이 말한다-유럽의 트렌드와 국내 성공 사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무침 피내접종이 유럽과 국내 양돈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배경과 실제 적용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이날 세미나를 관통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백신 접종은 '얼마나 빨리 하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세미나에 앞서 노상현 부문장은 백신을 선택하는 기준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부문장은 “좋은 백신은 실험실 안에서 좋은 백신이 아니라 우리 농장에 얼마나 적합한 백신인지 찾아보는 것”이라며 효능·효과뿐 아니라 편의성, 접종 반응, 농장의 백신 프로그램과의 적합성, 질병 전파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오늘은 제품 설명만 드리는 자리가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려드리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이날 세미나는 유럽의 현장 경험과 국내 적용 사례에 더해 무침 피내접종을 직접 경험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주사침이 당연했던 현장…왜 무침접종인가
첫 발표는 독일에서 25년 이상 돼지수의사로 활동한 헨드릭 닌호프(Hendrik Nienhoff) 박사가 맡았습니다. 그는 유럽 양돈산업이 생산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 속에서 단순히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접종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닌호프 박사는 기존 주사침 접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습니다. 돼지의 체형과 피부·지방층에 맞지 않는 주사침을 사용하면 백신이 목표한 근육층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할 수 있고, 반복적인 주사침 사용은 접종부위 손상이나 질병 전파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발표에서는 주사침 파손과 중복접종, 접종부위 이상 및 도체 손실 가능성, 작업자의 주사침 찔림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반면 무침 피내접종은 바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돼지뿐 아니라 접종 작업자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무침접종을 단순히 '돼지에게 덜 부담스러운 접종'에 한정하지 않고 위생과 접종 정확성, 작업자 안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좋은 백신만으로 충분할까…“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양”
이어 변정재 한국히프라 기술지원팀 수의사가 국내 무침 피내접종 솔루션과 현장 사용자들의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무침 피내접종의 또 다른 특징은 접종 자체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용 접종기 '히프라더믹'은 접종기록을 남겨 농장에서 백신이 제대로 접종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속도보다 '정확성'이었습니다.
접종기가 빠르게 작동한다고 해서 작업속도만 높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접종 데이터를 통해 지나치게 빠르게 작업하고 있는지,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작업자의 접종방법을 교정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좋은 백신을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그 백신이 돼지에게 정확한 위치와 용량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회사 설명보다 눈길 끈 '사용자들의 목소리'
이날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변정재 수의사의 발표 도중 공개된 실제 히프라더믹 사용자·고객들의 인터뷰 영상(바로보기)이었습니다.
회사가 무침접종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이를 직접 사용하고 있는 농장 관계자와 현장 수의사들에게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사용자들의 이야기는 구체적이었습니다. 접종량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접종 누락이나 잘못된 방법을 모니터링하고 이후 개선할 수 있다는 점, 주사침 관리 부담과 교차오염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점 등이 실제 경험을 통해 소개됐습니다.
한 사용자는 회사에서 접종 결과를 리포트하고 개선할 부분을 알려줘 농장에서 다시 적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정확한 백신의 양이 정량으로 들어가는지부터 모니터링이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작업자의 경험도 나왔습니다. 기존 주사기를 사용하다 자신의 몸을 찔러 병원 치료까지 받은 적이 있지만 무침접종 이후에는 그런 상황이 없어졌다는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작업자의 숙련도가 낮거나 인력 교체가 잦은 농장에서는 접종 정확성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무침 피내접종이 돼지뿐 아니라 농장관리자에게도 친화적인 접종 방식으로 평가받는 이유를 사용자들이 직접 들려준 셈입니다.
국내 농장에서는 어떻게 적용됐나
이어 문영철 코브콕 원장은 실제 컨설팅 농장의 백신 프로그램 변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해당 농장은 접종 스트레스와 관리자의 작업량을 줄이기 위해 백신 접종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 왔습니다. 백신 숫자가 줄어들면 관리자의 이동 동선과 작업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후 농장의 질병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백신 프로그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1두 1침'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고,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무침접종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례는 무침접종이 단순히 새로운 기기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농장의 질병 상황과 백신 프로그램, 내부 차단방역, 작업자의 업무까지 함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기기는 공급하고 끝?…점검·소독·교육까지 관리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최형빈 한국히프라 기술지원팀 소장은 무침접종기 관리와 사용자 교육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히프라는 무침접종기 '히프라더믹'을 직접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백신의 특성과 기기의 분사 압력·용량, 돼지의 피부 특성을 함께 고려해 백신과 기기를 동시에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백신이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용량으로 전달돼야 기대하는 접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기 공급 이후의 관리도 강조했습니다. 농장에 전달하기 전 기능을 점검하고 소독하며, 신규 사용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합니다. 농장 대표자와 관리자, 실제 접종자의 역할에 따라 교육 내용도 달리하고, 특히 실무자에게는 잘못된 접종 습관을 교정해 올바른 접종을 숙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접종 이후에는 기록을 바탕으로 접종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점을 제시합니다. 회사가 단순히 백신과 접종기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기 점검과 위생관리, 사용자 교육, 접종 데이터 모니터링과 사후 기술지원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것입니다.
무침 피내접종은 아직 국내 양돈현장에서 주사침을 이용한 근육접종을 대체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세미나는 무침접종을 단순히 '바늘을 없앤 접종법' 이상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좋은 백신을 고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백신을 얼마나 정확하게 접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기를 관리하고, 사람을 교육하는 것까지 백신 접종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날 세미나가 산업에 던진 질문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우리는 백신을 얼마나 빨리 놓고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놓고 있는가.”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