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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기고] 안전한 한돈 생산을 위한 항생제 내성 이해와 신중한 사용

베토퀴놀코리아㈜ 허재승 상무(jaesung.huh@vetoquinol.com) / 월간한돈 편집위원 / 대한수의사회 원헬스위원

 

[본 글은 '월간 한돈 9월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저자의 허락 하에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돼지와사람]

 

항생제 관련해서 축산 농가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 부분은 '항생제 잔류'입니다. 도축 후 지육잔류 검사간에 항생제 잔류위반으로 확인되면 식육폐기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뿐 만 아니라 이후 출하에 대해서도 규제검사가 지속되기 때문에, 이를 경험한 농가 또는 소식을 접한 주변 농가들은 적어도 항생제 잔류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잔류검사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고 지속적으로 그 검사방법과 처벌 기준이 강화되어 왔습니다. 이는 축산 진흥정책을 통해 값싸고 양 많은 축산물을 공급하고자 노력해온 양적인 성장에 이어서, 선진국 수준에 맞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강화된 축산물위생관리법을 통해 잔류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검사 및 실질적인 대응체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현장활동을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지금 축산농가를 방문하는 분들은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축산환경 및 사양관리에 엄청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친환경축산물인증기관에 동물용의약품 대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경험했던 내용인데, 항생제 잔류위반에 대한 과거 사례를 얘기하면 경력이 많은 40-50대 분들은 끄덕끄덕하면서 암묵적인 동의를 표하는데 이제 현장 방문을 시작하는 20-30대 분들은 설마 그랬을까 하는 눈빛을 보였던 것을 통해, 변화 이전의 세상에 대해 전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때로는 철 지난 농담처럼 여겨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항생제 잔류를 막기 위한 동물용의약품(항생제) 휴약기간 준수와 사양관리 개선은 어느정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데 있어서 한 축을 담당하는 항생제 잔류를 줄이는 데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남은 중요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축산물에서의 내성과 항생제 과다사용입니다. 2025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돼지에서의 2025년도 항생제 판매는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이 그 사용량이 많고 전반적인 항생제 사용량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생제 사용량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증가합니다. 또한, 주사제에 비해서 음수나 사료를 통한 집단적인 항생제 투여는 항생제 내성 증가를 더욱 빠르게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축종별 항생제 내성률 차이를 가져오는데, 주로 개체 치료를 위해 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소에 비해서, 음수 또는 사료 첨가제를 통해 집단 투여를 하는 닭이나 돼지는 아프지 않은 동물에게도 항생제가 동일하게 투여됩니다. 집단 투약의 장점은 세균성 질병이 집단(돈군)내에서 전파되어 질병 피해가 증가하는 것에 있습니다만,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는 동물에게도 투여되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2025년도 국내 가축에서 분리된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량과 투약방법 차이로 인해 육계와 돼지에서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대장균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항생제 사용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것은 여러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가축에서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축산 농가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직접적인 피해가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기껏해야 항생제 약발(?)이 예전보다 잘 듣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생제 투여량을 증가하거나 예전보다 고가의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정도가 체감할 수 있는 피해일 것입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에 대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게 되면 수술이나 중증 질환시 내성세균의 중복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거나, 면약 기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자의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취약 계층의 사망률이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상황에 직접 처하지 않고는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이 간과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축산에서의 항생제 내성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농가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피해는 적은 편이라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간접적인 피해와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1) 축산물에서의 항생제는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의 농약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농약을 많이 사용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기피하듯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 축산물도 기피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무항생제 한돈입니다~’라고 판매종업원들이 홍보하는 것은 이에 대한 반증입니다.

 

(2) 여러 배경이 있지만 덴마크에서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돼지고기 생산량의 약 80%를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돈육 수출국의 돼지고기가 항생제 사용량 및 내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안전한 축산물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면 이는 한돈이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과 가격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OO국가에서 생산된 돼지고기가 진짜 안전한 고기라고 OO마트에서 홍보하는 것을 보면 이에 대한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3) 모든 세균의 항생제 내성이 사람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지만 일부 내성세균은 사람으로 이전되어 감염을 일으킵니다. 2024년도 덴마크 MRSA(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일명 '슈퍼박테리아') 감염 현황에서 약 20.8%가 가축을 통해서 감염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축에서 내성세균이 증가하면 이를 키우는 농가에서도 그 감염 확률이 더욱 높아지고 건강이 취약한 상황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농가에서 일하는 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항생제 내성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항생제 내성의 위험이 직간접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이 수립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축산쪽 관련 사항을 요약하면 전반적인 항생제를 사용량을 줄이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농가 현장에서 항생제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어느 부분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그것은 바로 사료첨가용 항생제 보다는 음수용 항생제를, 음수용 항생제 보다는 주사용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돼지에서 사용되는 항생제 대부분, 약 90%가 사료 첨가용 항생제이기 때문입니다.

 

농장에서는 인력 등을 포함한 여러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사료 첨가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특정 시기에 질병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패턴이 있는 경우 사료첨가용 항생제를 해당 시기 예방적으로 투여하면 질병 발생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농장에서 사료첨가용 항생제를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료 첨가용 항생제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료첨가용 항생제를 줄이기 위한 제언

 

1) 불필요한 시기에 항생제 사료첨가를 줄입시다. 예를 들어, 육성사 구간에 올라오면 호흡기 질병이 자주 발생해서 육성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는 농장이 더러 있습니다. 환절기에는 이와 같은 항생제 사용으로 농장에서 이득이 볼 수 있지만 환절기가 아닌 시기에는 오히려 손해입니다.

 

직접적인 약값도 그렇지만, 사료를 통해 섭취되는 항생제는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해서 돼지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항생제를 여기에 사용하므로 증체 측면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1년 12달 계속 습관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필요 시기에 맞추어서 투약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 음수 설비가 용이한 경우에는 사료첨가제보다 음수용 항생제를 사용합시다. 농장의 규모나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게 되면 같은 돈사 내 모든 돼지들이 사료에 첨가된 항생제를 함께 먹습니다. 그런데, 농장의 물통 또는 급수관 시설에 따라 같은 돈사 내에서도 음수를 달리 급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필요한 돼지에게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수 시설이 가용한 경우에는 사료첨가용 항생제 보다는 음수용 항생제를 적용하는 것이 불필요한 항생제 섭취도 줄이고 항생제도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3) 질병발생시에는 사료첨가용 항생제보다 음수용 항생제를 우선적으로 적용합시다. 아픈 돼지들은 사료 섭취량이 줄어들지만 음수 섭취량은 상대적으로 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픈 돼지에 항생제를 효과적으로 투약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사료첨가제 보다는 음수용 항생제가 권장됩니다. 물론, 가장 효과 빠르고 정확한 항생제 투여는 주사용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농장 상황에서 주사제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음수용 항생제입니다.

 

당장의 피해를 느끼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개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습관을 하나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이 없을 것입니다. 양돈장에서의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것도 그렇습니다. 아직 항생제 내성의 직접적인 피해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간 간과되던 간접적인 피해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항생제 사용의 절대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료첨가용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 없이는 양돈장에서의 항생제 총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본 원고를 통해 사료첨가용 항생제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여러 변화하는 대외여건 속에서 늘 고분 분투하온 농가의 건승을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 2025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 동물, 축산물
  • 2025년도 국내 가축에서 분리된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 결과
  •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
  • DANMAP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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