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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설] 구제역 발생농장은 공개하면서 NSP 양성농장은 왜 숨기나

NSP 양성≠구제역 발생, 그러나 감염·증식 흔적은 중요한 역학정보…정례 공개체계 필요

최근 충남 서산의 한 대형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 비구조단백질(NSP) 항체 양성축이 무려 96두나 확인됐습니다. 항원과 임상증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을 특별관리농장으로 지정하고 양성축 전량을 도축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이례적인 사례에 대해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NSP 항체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감염·증식 흔적을 찾아내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물론 NSP 양성만으로 구제역 발생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백신의 정제도나 비특이적 반응 등 다른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중요한 방역정보까지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올해 예천에서는 한 돼지농장에서 NSP 항체가 확인된 것을 계기로 추가 검사가 실시됐고 결국 해당 농장과 주변 소 농장 등 모두 6개 농장에서 구제역 항원이 확인됐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이들 발생농장 외에도 별도의 NSP 양성농장이 존재합니다. 지난해 전남 구제역 사태 이후 전국적인 예찰에서도 여러 농장에서 NSP 항체가 확인됐습니다.

 

올해 고양 구제역 당시 정부가 방역대에서 24개 농장 347두의 NSP 항체 양성을 공개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지역과 축종에서 어느 정도의 양성률을 보였는지, 이후 항원검사와 역학조사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부족했습니다. 숫자만으로는 실제 바이러스의 노출과 순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발생농장과 야외바이러스에 의한 '침묵 감염' 농장 사이의 형평성입니다.

 

 

같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감염 당시 항원이 검출되면 발생농장이 됩니다. 해당 농가는 강력한 방역조치와 이후 각종 행정적 규제, 재입식 과정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백신면역 등으로 임상증상이 미약해 농장주조차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나간 뒤 NSP 항체로 과거 감염 흔적만 확인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현재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특별관리와 검사를 거친 후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실제 야외바이러스에 의한 침묵 감염이었다면 두 농장의 차이는 감염 여부가 아니라 결국 '언제 발견됐느냐'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농가의 신고 유인과도 직결됩니다. 임상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신고해 항원이 검출된 농가는 발생농장이 되고, 신고하지 못한 채 감염이 지나간 농장은 나중에 NSP 항체가 발견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먼저 신고하고 먼저 발견된 농장이 더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농가에 심어주는 방역체계라면 조기신고를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질병을 최대한 빨리 찾아 확산을 막아야 하는 방역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습니다.

 

국제적인 정보 투명성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NSP 양성 자체가 곧 국제적인 구제역 발생 통보 대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백신접종 집단에서 실제 야외바이러스 감염이나 전파가 입증된다면 임상증상이 없더라도 그에 맞는 조치와 정보공개가 뒤따라야 합니다. 구제역은 국가 간 교역과도 직결되는 질병인 만큼 실제 감염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느냐는 국가 방역의 신뢰 문제입니다.

 

해법은 NSP 양성농장을 모두 발생농장으로 만들거나 똑같은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NSP 양성농장은 원인을 끝까지 규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발생농장에 적용되는 사후 규제 역시 실제 전파 위험에 비례하고 있는지 함께 재검토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역과 축종, 농장 수와 양성 두수뿐만 아니라 항원검사 결과, 역학적 연관성, 백신 영향 가능성, 최종 판단과 후속조치까지 포함한 NSP 관련 정보를 정례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산의 96두 집단 양성 사례부터 제대로 설명해야 합니다.

 

NSP 양성농장을 발생농장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감염의 흔적을 보이지 않게 만들지도 말고, 먼저 신고하고 발견된 농가가 오히려 손해 보는 방역체계도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위험에 비례한 합리적인 규제는 농가의 신뢰와 자발적인 신고를 이끌어내는 구제역 방역의 기본 조건입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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