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양돈농장에서 ‘방역’이라고 하면 농장 입구의 울타리와 차량 소독시설, 외부인 출입 통제, 샤워시설 등을 먼저 떠올립니다. 병원체가 농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은 분명 질병 예방의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방역은 농장 정문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아온 것은 아닐까요. 이제 농장 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축산 분야에서 흔히 사용하는 ‘차단방역’은 영어 ‘Biosecurity(바이오시큐리티; 생물보안)’를 옮긴 표현입니다. 하지만 차단방역이라는 말은 외부에서 농장 내부로 병원체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생물배제(Bio-exclusion)’에 생각을 집중시킵니다(관련 기사).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정의하는 Biosecurity의 범위는 더 넓습니다. 질병이나 감염원이 동물 집단으로 유입되고 정착하거나, 집단 내부와 외부로 확산하는 위험을 줄이는 관리적·물리적 조치를 모두 포함합니다.
농장 정문에서 차량을 소독했다고 생물보안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오히려 정문을 통과한 순간부터 또 다른 생물보안이 시작됩니다.
농장 안에도 ‘정문’이 있어야 한다
농장은 무균시설이 아닙니다. 후보돈과 정액, 사람, 차량, 사료, 기자재, 설치류, 곤충, 공기 등 병원체가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유입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완전히 ‘0’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필요합니다.
'혹시 병원체가 들어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정 돈군에 들어온 병원체가 다른 돈군으로, 한 돈사의 감염이 다른 돈사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생산단계와 돈군을 구획화해 병원체의 이동을 끊는 농장 내부 생물보안, 즉 ‘생물구획화(Bio-compartmentalization)’입니다.
농장에는 정문 하나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분만사와 자돈사, 비육사, 후보돈 격리사에도 각각 보이지 않는 정문이 있어야 합니다. 농장 전체를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생산단계별로 분리된 생물보안 구획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돼지가 움직이면 병원체도 움직인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돼지의 이동입니다.
돼지는 생산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동합니다. 후보돈이 들어오고 모돈이 이동하며, 자돈은 이유 후 자돈사와 육성·비육사로 옮겨집니다. 돼지의 이동은 생산관리인 동시에 질병관리입니다.
PRRS 관리에서 돈군 혼합을 최소화하고 배치별 올인·올아웃과 일정한 돼지 흐름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돼지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서로 다른 건강상태와 생산단계의 돼지가 어디에서 만나는지 파악하는 일입니다.
관리자 동선도 다시 그려야 한다
관리자의 이동도 주목해야 합니다. 비육사를 다녀온 관리자가 곧바로 자돈사로 들어가지는 않는지, 환돈이나 사체를 처리한 사람이 같은 장화와 작업복으로 다른 돈군을 관리하지는 않는지 살펴야 합니다.
유럽의 상업 양돈장 5곳에서 관리자의 이동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전체 이동 가운데 농장별로 9~38%가 ‘위험한 이동’으로 분류됐습니다(관련 논문). 생산단계를 구분해도 사람의 이동이 그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능하면 생산단계별 전담 관리자를 두고 이동 자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전담 관리가 어렵다면 어린 돼지에서 나이 든 돼지로, 건강한 돼지에서 아픈 돼지 방향으로 작업하고 구획을 넘을 때마다 장화·작업복·도구를 분리하거나 위생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제 농장 안을 들여다볼 때다
차량 소독과 외부인 통제, 울타리와 전실은 앞으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농장 밖만 바라보다 보면 이미 농장 안에 들어온 병원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특히 PRRS와 PED처럼 농장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리는 질병에서는 돼지와 관리자의 이동을 통제하는 내부 생물보안이 중요합니다.
농장 내부에서 돼지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관리자는 어떤 순서로 돈사를 오가는가. 장화와 작업복, 주사침과 도구는 돈군별로 분리돼 있는가. 환돈과 사체의 동선이 정상적인 생산동선과 겹치지는 않는가.
병원체가 농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생물보안이라면, 들어온 병원체가 농장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두 번째 생물보안입니다.
농장 정문에는 소독시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만사와 자돈사, 비육사 사이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정문’이 있습니까.
우리의 방역은 농장 정문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아왔습니다. 이제 농장 안을 들여다볼 때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