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부터 기존 양돈농장에도 임신돈 군사사육 의무가 적용됩니다. 이제 불과 몇 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준비 상황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임신돈 군사 전환은 지금까지 양돈농가가 경험했던 동물복지 관련 규제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축산농가에 적용된 동물복지 관련 규제는 주로 사육밀도나 시설·사육관리의 최소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시설을 보완하거나 사육두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신돈 군사는 다릅니다. 개별 스톨에서 사육하던 임신돈을 여러 마리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옮기는 순간 농장의 생산관리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먼저 시설부터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존 스톨을 철거하고 공간만 넓힌다고 군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농장 구조와 규모에 따라 돈방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몇 두를 한 그룹으로 묶을 것인지, 어떤 급이시스템을 적용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합니다. 기존 돈사의 구조에 따라서는 사육두수를 줄이거나 대대적인 개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군사에서는 모돈 간 서열과 투쟁, 사료 경쟁, 합사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산차와 체형을 고려해 그룹을 구성해야 하고, 언제 합사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개체별 사료 섭취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싸움에서 밀리는 모돈을 찾아내는 관리 능력도 요구됩니다. 후보돈을 군사환경에 적응시키는 과정 역시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종돈 선택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별 스톨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공격성이나 사회성, 지제 건전성, 군사 적응성 등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사용해 온 모돈이 새로운 사육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면 후보돈과 종돈 선택 전략까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임신돈 군사 의무화는 단순한 '스톨 철거 사업'이 아닙니다. 시설과 급이, 번식관리, 후보돈 관리, 종돈 선택, 작업자의 관리방식까지 함께 바꾸는 농장 생산시스템의 전환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큰 변화를 앞두고 농가가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설업체도 있고 전자식 모돈급이기(ESF) 업체도 있습니다. 사료회사와 종돈회사, 수의사도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농가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농장을 진단하고 시설과 급이, 번식, 동물행동, 종돈, 경제성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농장은 어떻게 군사로 전환해야 하는가'를 설계하고 전환 이후까지 지도할 전문가를 농가가 쉽게 찾기는 어렵습니다.
농가가 체계적으로 군사사육을 배울 교육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법으로 새로운 사육방식을 의무화했다면 농가가 그 기준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기술과 교육, 전문가를 준비하는 것 역시 정책의 일부여야 합니다. 시설자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농가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군사사육에 성공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이어서는 안 됩니다. 농가가 처음부터 실패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알려주고 지원하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어야 합니다.
잘못 설계된 돈방이나 농장에 맞지 않는 급이방식은 설치하고 나면 쉽게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합사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모돈의 싸움과 상처가 늘고, 지제 문제가 발생하거나 번식성적이 떨어진 뒤에야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 나서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과 추가 투자비용은 결국 농가가 감당해야 합니다.
더구나 군사사육은 정답이 하나인 기술도 아닙니다. 농장마다 돈사의 구조가 다르고 모돈 규모와 생산방식, 급이시설, 인력 구성도 다릅니다. 다른 농장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경험한 농장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까지 축적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어떤 돈방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어떤 합사 방법이 효과적이었는지, 어떤 급이방식이 어떤 농장에 적합했는지, 전환 후 번식성적과 모돈 도태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데이터로 축적해야 합니다. 먼저 전환한 농가가 치른 시행착오를 뒤따르는 수많은 농가가 다시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해야 할 일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신돈 군사 전환을 위한 표준 교육과정을 만들고 전문 컨설턴트를 육성해야 합니다. 기존 돈사의 형태와 규모에 따른 다양한 전환 모델을 개발하고, 이미 군사를 운영하는 농장을 활용한 현장교육도 확대해야 합니다. 전환을 희망하는 농장에는 사전 진단과 설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시설 전환 이후 일정 기간 생산성 변화를 추적하면서 문제를 바로잡아 주는 사후관리 체계도 필요합니다.
모돈 100두 농장과 1천두 농장의 해법이 같을 수 없습니다. 오래된 돈사와 신축 돈사의 전환 방식도 같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시설모델을 제시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먼저 군사로 전환한 농장의 경험을 모으고, 국내 실정에 맞는 기술과 관리기준을 만들고, 이를 농가에 전달할 사람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 2030년이 됐을 때 수많은 농가가 각자의 농장에서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우리 양돈산업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복지 정책의 성공은 법에 기준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농가가 그 기준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정책입니다.
2030년은 멀지 않았습니다. 농가가 실패하면서 배우게 할 것인지, 먼저 축적한 경험과 기술로 실패할 가능성을 낮춰줄 것인지.
임신돈 군사 의무화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