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 직원이 농장주에게 알리지 않고 가축분뇨를 임의로 배출한 사건에서 법원이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돈산업 관계자들은 농장주가 직원의 행위에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의 결과가 사실상 양돈장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허가취소’까지 이르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지난 7월 22일 서귀포시 소재 양돈장 운영자가 서귀포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 허가취소 처분 취소청구’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사건의 핵심은 2024년 3월 8일과 5월 1일 확인된 가축분뇨 배출행위입니다.
3월 8일에는 농장 직원이 액비화조 이전 단계인 ‘유량조정조’에 있던 분뇨를 배출했습니다. 당시 시료는 ‘미부숙’ 상태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자원화 과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출한 ‘중간배출’로 판단했습니다.
5월 1일에는 액비화조 이후에 위치한 ‘침전조’에서 분뇨가 배출됐습니다. 농장 측은 이미 액비화조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허가받은 처리공정상 침전조 이후에도 액비저장조 등을 거쳐야 하고 당시 시료 역시 ‘부숙중기’로 액비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중간배출로 판단했습니다.
형사책임은 불기소…행정책임에서는 ‘농장주의 고의’
특히 주목되는 것은 3월 8일 직원의 배출행위입니다.
농장주는 직원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분뇨를 배출했다며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관련 형사절차에서는 농장주가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행정재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농장주가 해당 직원에게 처리시설 책임자로서 업무를 전반적으로 위임한 만큼, 책임자가 고의로 중간배출했다면 행정상 제재에서는 농장주가 고의적으로 배출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주도의 관련 행정처분 기준에 따르면 가축분뇨법 제17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고의적 무단배출은 허가 대상시설의 경우 1차 위반부터 허가취소 대상입니다. 반면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1차 처분은 3개월 사용중지입니다.
한돈산업이 묻는 것은 '책임'보다 '처분의 무게'
바로 이 지점에서 한돈산업 관계자들의 문제 제기가 나옵니다.
농장주는 2022년 10월경 농장을 인수했습니다. 문제가 된 첫 분뇨 배출은 농장을 운영한 지 1년 5개월 만인 2024년 3월 발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의 설치자인 농장주가 직원의 행위에 대해 최종적인 관리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직원이 농장주에게 알리지 않고 한 배출행위까지 농장주의 ‘고의’로 평가하고, 그 결과 1차 위반부터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위반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제재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 취소는 단순히 과징금을 내거나 일정 기간 시설 사용을 중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허가가 취소되면 돼지를 처분하고 사육을 중단해야 해 사실상 농장 운영을 계속하기 어렵게 됩니다.
결국 한돈산업이 주목하는 핵심은 "직원의 분뇨 무단배출 책임은 농장주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대가가 ‘농장 폐업’이 적정한가"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환경보호 공익이 결코 작지 않다”
법원은 이에 대해 허가취소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농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3월 8일 배출된 액비가 ‘미부숙’ 상태였고, 이후 검사에서도 ‘부숙중기’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원화가 완료되지 않은 가축분뇨 배출이 이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유출 범위와 양이 적지 않았으며 토사 오염과 인근 지역 악취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봤습니다.
특히 농장주가 허가취소로 경제적인 손실을 입더라도 중간배출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공익이 농장주가 입는 불이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조례와 개별 농장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내려진 판결입니다. 하지만 직원에게 분뇨처리 업무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 양돈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한 농장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직원의 고의적 위반을 농장주의 고의로 어디까지 볼 것인지, 그리고 농장주에게 관리 책임을 묻더라도 사실상 농장 운영 중단으로 이어지는 허가취소가 1차 위반부터 적용되는 것이 적정한지는 한돈산업 차원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