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북 예천군 감천면에서 확인된 구제역을 대응하는 방역당국의 움직임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궤적을 걷고 있어 주목됩니다(관련 기사). 당국은 지난 3일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현장 통제 방식에서는 전례 없는 ‘유연성’을 발휘했습니다. 첫 발생농장의 전두수(全頭數)를 무조건 매몰하던 과거의 ‘저인망식 살처분’ 대신, 양성 반응이 나온 개체 중심의 ‘부분 살처분’을 전격 도입한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북도, 예천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감천면 소재 돼지농장 1곳과 인근 한우농장 5곳에서 구제역 항원이 검출된 직후, 당국은 양성이 확정된 우제류 가축 총 38두에 대해서만 긴급 처분을 진행했습니다. 총 38두는 돼지 14두(1곳), 소 24두(5곳)로 농장의 전체 사육두수 대비로는 돼지는 0.25%, 소는 4.72% 비율입니다.
최초 확진 농가에 전량 매몰 대신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은 국내 방역 역사상 사실상 첫 사례입니다. 파격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백신주인 O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점, 그리고 ▲감염 축군에서 눈에 띄는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농장 단위에서 항체양성률이 높은 수준인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무조건적인 살처분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바이러스의 수평 전파를 막기 위한 당국의 빗장 걸기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예천군과 맞닿은 안동·의성·상주·문경·영주 등 5개 시군의 가축시장 6곳은 즉시 운영이 중단됐으며, 주요 도로에는 통제초소 3곳이 설치돼 차량과 사람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발생농장 주변 반경 3㎞ 이내 방역대와 역학 관련 농장 무려 1,382호를 대상으로 임상검사를 진행 중입니다.
동시에 예천을 포함한 인접 지역의 우제류 전체 83만 9,000두(7,976호)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축종별 항체 형성 시급성을 고려해 돼지는 오는 10일까지, 소와 염소는 17일까지 관내 전두수에 대한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구제역 바이러스의 ‘무증상 감염’ 특성입니다.
한 전문가는 “백신 접종이 보편화된 국내 환경에서는 수포나 절뚝거림, 침흘림 같은 전형적인 징후만으로 양성축을 구별해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 이번 예천 농가의 개체들도 육안상으로는 모두 멀쩡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살처분 후 농장에 남겨진 음성(추정) 개체 중 이미 바이러스에 노출된 ‘숨은 감염축’이 섞여 있을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올라와 방어력을 갖추기까지는 최소 1~2주일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 '방역 공백기' 동안 농장 내부 바이러스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묶어두는 밀폐형 차단 조치가 완벽해야 합니다.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리스크는 ‘소강상태 이후의 기습 발생’입니다. 지난해 전남 영암·무안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대대적인 차단 조치로 상황이 완전히 진정되었다고 판단해 이동제한 해제를 검토하던 시점, 무안의 돼지농가에서 뒤늦게 불쑥 양성 반응이 튀어나와 돼지 5천여 마리를 추가 살처분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특히 돼지는 소에 비해 바이러스를 다량 배출하면서도 증상이 숨겨지는 경우가 많아 최종 이동제한 해제 직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꼬리를 잡기 위해 도축장 및 가축수송차량, 거점소독시설 등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역 내 축산 차량과 가축이 집결하는 도축장의 계류장 바닥, 배수로, 출하 가축에 대한 임의 잔류 검사(Swab)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차량이 드나들며 오히려 교차 오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거점소독시설의 점검과 주변 환경 시료 PCR 분석을 상시화하는 ‘데이터 기반의 그물망 방역’이 필수적입니다.
예천군 방역대 내 농가들에 대한 1차 예찰 결과는 다행히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육안 감별이 불가능한 무증상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이번 방역당국의 선택이 현장 중심의 합리적인 선진 기준으로 남을지, 아니면 잠복기 전파의 허점을 찌르는 악수가 될지는 향후 백신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의 현장 모니터링 강도에 달려 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