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KOSPI)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하는 등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정작 돼지고기 등 축산물 소비 진작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식으로 돈을 벌면 지갑이 열릴 법도 한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주가 상승이 실물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줄 만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주가 1만 원 올라도 소비는 고작 '130원'
한국은행이 지난 7일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주가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해외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주가가 1만 원 상승할 때 소비로 이어지는 금액은 자본이득의 약 1.3%인 130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3~4% 수준인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처럼 주식으로 번 돈이 삽겹살 회식 등 실제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좁은 투자 저변과 고소득층 쏠림 현상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구조는 여전히 부동산(전체 자산의 약 63%)에 치우쳐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로, 미국(256%)이나 유럽(184%)에 비해 턱없이 낮습니다. 또한 주식 자산의 73.2%가 고소득·고자산층(5분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고소득층은 주가가 올라도 이미 소비 수준이 높아 추가로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적기 때문에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는 불신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낮은 기대수익률도 원인입니다. 보고서는 가계가 주가 상승을 영구적인 소득 증가가 아닌,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가 상승 지속 기간은 평균 2.3개월로 미국(3.1개월)보다 짧아, 이익이 나면 소비하기보다 즉시 차익을 실현해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번 돈은 결국 다시 '부동산'으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주식으로 번 돈의 향방입니다. 조사 결과, 주식 자본이득의 상당 부분이 소비로 가지 않고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으로 얻은 이익의 70%를 부동산 자산 취득에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당장 돼지고기를 사 먹기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저축이나 대출 상환이 우선순위인 셈입니다.
앞으로는 달라질까?
다만 보고서는 최근 20·30대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주식 시장 참여가 늘어난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자산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계층인 만큼, 향후 주식 시장의 성과가 민간 소비 및 먹거리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코스피 10만 달성에 전국의 삼겹살집 문전성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