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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모소리팀은 네덜란드 와게닝엔 대학교의 로버트 호스테 교수를 만났다. 호스테 교수는 35년동안 지속가능한 양돈을 연구해 왔으며 한국의 양돈 현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베터레벤 인증 기준이 최신 동향을 반영하면서 가장 최상위에서 동물복지를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연합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동물복지 규정이 근저에 있다면, 네덜란드의 경우, 관행 축산에 대한 국가 규정이 유럽연합보다 위에 있고, 베터레벤 인증은 별 1개 기준을 포함하여 그보다 더 상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양돈 산업의 사육 마리수는 총 1천여만 마리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농가 호수는 약 3,000개로 한국에 비하면 농장 규모가 훨씬 큰 편이다. 모돈의 생산성은 네덜란드 연간 31두로 한국 연간 21두에 비해 월등히 높다. 돼지 폐사율은 4~5%로, 한국의 10%보다 낮다. 기록 관리와 동물복지 등 좋은 경영관리로 돼지의 생존율을 높이는 등 차별적인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소농 역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소농은 유기농 양돈으로 전환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유기농 시장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 수요가 비록 제한되어 있지만 판로가 확실하며 가격 또한 연간 단위로 결정되어 매우 안정적이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약 200개의 유기농 양돈 농장이 있다.
유기농은 살충제나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백신을 최소화 하는 등 엄밀히 말해 동물복지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동물복지와 겹치는 요소도 많은데 유기농 양돈은 대부분 베터레벤 동물복지 인증 별 3개를 충족한다고 한다. 유기농이면서 베터레벤 별 3개인 곳이 있고, 유기농이 아니면서 별 3개인 곳이 있다는 얘기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네덜란드 양돈 농가 가운데 25%가 베터레벤 인증 별 1개, 별 2개는 단 1개소뿐이고, 별 3개 농가가 6% 정도라고 설명한다. 한국 양돈 농가 기준 단 0.4%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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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에서는 2013년 임신돈에 대한 스톨 사용이 전면 제한됐다. 예외가 허용될까 하여 확인했지만 네덜란드에서 임신돈 스톨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2030년부터 임신돈 스톨 사용이 제한될 예정이나 군사사육을 위한 농가의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분만돈에 사용되는 분만틀은 임신돈 스톨과는 형태나 용도가 다른 개념으로 임신돈 스톨 금지 논의와 구분해야 한다. 임신돈 스톨은 유럽에서 더이상 논쟁되지 않고 있다. 대신 분만돈에 대한 분만틀 사용 제한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 시설 변경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더 나은 실행 방식에 대한 것이고 분만틀 사용제한에 대한 법제화는 이미 이뤄졌다. 오스트리아는 2032년, 독일 2035년, 네덜란드는 2040년까지 분만틀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동물복지에 있어 사육 밀도, 거세, 꼬리자르기 규제 등 시스템에 동물을 맞출 수도 있지만 동물에게 초점을 맞추는 '동물중심적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먹이와 휴식 등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 그 다음 단계로 안전에 대한 욕구, 그 다음 단계로 사회적 상호작용 등 동물이 느끼는 것과 이에 대한 충족이 핵심이며 그 방법은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험에서 동물복지와 생산성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가 연구해온 분야도 양돈 산업의 경제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동물복지와 생산성을 연결하는 주제들이었다. 일례로 자돈의 활력을 높이고 폐사율을 낮추는 것은 윤리적 비난을 넘어서는 행위이자 동물의 실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동물이 편안해 하는 동물복지가 자연스럽게 끼어들 수밖에 없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동물복지 법적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장의 ‘좋은 관리경영’이라고 강조했다. 농장에서 돼지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돼지에 대해 알아야 하고 돼지가 느끼는 것을 살펴야 마땅하다.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농장의 직원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국에 조언한다. 기록관리도 큰 도움이 되므로 더 자주 기록함으로써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해야 한다. 네덜란드 양돈 농가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각자가 가진 실패의 경험을 가감없이 공유하며 양돈 문화가 향상될 수 있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는 중국처럼 수십만 마리를 고층 건물에 사육하는 돼지 빌딩이 없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로버트 호스테 교수는 가축전염병 위험 관리에 대한 취약성과 돼지를 잘 살피는 좋은 관리경영의 훼손에 대해 염려했다.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 확대로 한국 양돈의 동물복지 전환을 목표하는 모소리팀에게 로버트 호스트 교수는 “양돈 농가가 좋은 관리경영을 실행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 강해질 것이며 전체 양돈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동물복지 농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소리팀은 이제 독일로 넘어가서 베를린 공공급식에 유기농을 확대해온 기관, ‘슈파이제 로이메(Speise Raeume)’와 만난다. 네덜란드에서 방문한 유기농 양돈농장의 이야기는 모소리팀의 마지막 방문지인 독일의 농장동물 생츄어리와 함께 다루기로 하겠다.
◆ 양돈 동물복지, 한국이 묻고, 유럽이 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