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라지는 마을, 돌아오는 사람들

  • 등록 2025.07.20 22: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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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환경관리원 경영전략실장 한갑원(경제학 박사)

한국 농촌은 지금 인구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18개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으며, 이들 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 비율이 전체 여성 인구의 10% 미만으로 감소한 상태다.

 

 

특히 강원, 전북, 경북과 같은 주요 농촌지역들이 위기의 중심에 있다. 실제로 농촌을 찾으면 폐교된 학교, 문을 닫은 상점, 적막한 마을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더 이상 예견된 미래가 아닌, 이미 시작된 현실이다.

 

이러한 농촌의 위기 상황 속에서 두 가지 인구 유입 전략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첫 번째는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회복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43만 명이 귀농·귀촌을 선택했다. 최근 10년 동안 매년 4~6만 명이 농촌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은퇴한 중장년층, 청년 창업자, 자녀 교육 환경을 고려한 가족 단위 정착자 등 다양한 유형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귀농·귀촌 인구는 새로운 경제 활동과 공동체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귀농인이 3~5년 이내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귀농인의 정착 실패 요인은 농촌의 열악한 의료·교육 인프라, 고령화된 공동체, 농업의 경제적 불확실성 등으로 다양하다. 따라서 귀농은 단기적 활력을 줄 수는 있지만, 농촌의 지속가능한 인구 구조를 회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전략은 다문화가정의 유입과 정착이다. 공식 통계는 부족하지만, 농촌 초등학교의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을 통해 실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일부 읍·면 지역 초등학교 중 약 30%는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10% 이상이며, 일부 학교는 절반 이상이 다문화가정 자녀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인구를 보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촌에 다양한 문화와 언어, 세계관을 확산시켜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일례로 전라남도 해남의 한 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15명 중 9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다. 이들은 마을 축제나 전통문화 체험 행사에 활발히 참여하며 지역 어르신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다. 해당 마을의 주민들은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학교도, 마을도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다문화가정이 단순한 외부인이 아니라 지역의 필수 구성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이 농촌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에는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차별 경험, 교육 격차 등 여전히 복합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의 경우, 교육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진로 탐색에 필요한 정보와 자원이 부족해 농촌 사회 내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어 집중 교육과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멘토링 체계, 또래 친구와의 네트워크 형성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촌 학교 안에서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진학·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마을 단위의 문화 행사나 다문화 축제를 통해 지역민과의 문화적 소통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나아가 정서적 안정과 자립을 위한 심리상담, 창업 지원,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다층적인 지원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귀농은 새로운 활력을, 다문화가정은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문화적 다양성을 농촌에 제공한다. 두 전략은 서로를 보완하며 농촌을 되살리는 데 핵심적인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농촌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정책적 장려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이들을 환대하고 포용하는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농촌의 미래는 귀농과 다문화가정이라는 두 가지 열쇠를 얼마나 성숙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구 소멸의 시대, 새로운 인구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농촌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관리자 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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