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습니다. 과거에는 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돼지 대표가격(거래가격)을 정하는 데에 이견이 없었으나, 올해 돼지 경매비율이 2% 이하로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농식품부는 도매시장이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유통업계의 주장을 적극 수용하는 움직임입니다.

지난달 농식품부는 ‘돼지 거래가격 시범조사 협의체’를 구성해 도매시장 대표가격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도매시장 기능이 끝내 붕괴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거래가격 보고제'가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한돈협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이 나옵니다. 의견 혹은 대안 제시 없이 이번 사안에 대해 수동적인 태도로 머문다면 결국 '정부가 결정하고 농가가 수용하는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협회가 도매시장의 대표가격 논의 테이블을 주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도매시장의 경매를 계속 유지하는 방향이고, 두 번째는 가격 결정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도매시장의 경매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매두수 감소를 멈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개별 농가들의 설득과 독려도 중요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돈혁신센터 돼지를 전국의 도매시장에 내는 것입니다.

일선 농가들이 도매시장에 돼지를 내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도매시장에 돼지를 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돈협회가 운영하는 한돈혁신센터가 도매시장에 돼지를 내지 않으면서 도매시장 활성화를 논의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합니다.
먼저 한돈혁신센터 돼지를 도매시장에 내고 필요하다면 협회 임원과 대의원, 지부장에게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어야만 정부와 육류유통업체와의 논의 테이블에서 협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달 돼지 대표가격에 반영된 경매두수(제주 및 등외 제외)는 3만40두입니다. 1년 전(3만6,119두)보다 6천79두(-16.8%)가 줄어 감소세를 이어나갔습니다.
물론 도매시장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육류유통업계의 책임이 큽니다. 유통업계가 개별 농장과 직거래를 유도하면서 도매시장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여하튼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통업계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중도매인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도매물량만 늘어나면 돼지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농가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가격 결정 방안을 논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통업계와 농가 간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돈혁신센터가 돼지를 즉시 도매시장에 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돈협회가 의지가 보여야 도매시장이 살고, 나아가 한국 돼지고기 유통시장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