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축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환절기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홍삼은 면역력을 개선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면역력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는 정작 의학 또는 수의학에서는 없는 용어입니다. 비과학적인 말이라는 얘기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돼지의 면역 체계는 복잡한 생리학적 과정을 거쳐 다양한 미생물(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 등)이나 이물질에 반응하여 스스로를 보호합니다. 이는 항체 생산, 특정 세포의 활성화 및 염증 반응 등을 포함합니다.

면역 체계는 항상 작동합니다. 호흡이나 섭취, 접촉 과정을 통해 상시 새로운 미생물이나 이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병원성이나 종류, 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를 단순히 '면역력'이라는 용어 하나로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면역력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는 편리하게 사용되지만, 정확한 과학적 의미에서는 면역 체계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면역력이 아니라 그냥 '면역'입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약은 없습니다.
한편 면역력은 동물권을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악용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열악한 축사에서 밀집된 채 사육하는 돼지의 경우 면역력이 약해 ASF 등에 취약하다고 주장합니다.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병 원인으로 현대화된 사육방식 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들 말대로 설령 면역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ASF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끝장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때론 면역력은 허상일 뿐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